(한맥문학 통권 225호 2009. 05. 25)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 주 근옥 역

 

에브로 계곡 건너의 언덕은 하얗고 길었다. 언덕의 한쪽은 그림자도 나무도 없었고, 햇빛 속의 두 철로 사이에 역이 있었다. 역의 측면 가까이에 건물의 따듯한 그림자와 바 안의 출입문을 가로질러 파리를 쫓기 위해 대나무 구슬로 엮은 발이 걸려 있었다. 건물 바깥의 그늘에 있는 테이블에 미국남자와 소녀가 앉아있었다. 밖은 매우 더웠고 바르셀로나 발 급행열차는 40분 만에 왔다. 그 열차는 정거장에서 2분간 멈췄고 마드리드를 향해 떠났다.

“우리 무엇을 마실까?” 소녀가 물었다. 그녀는 모자를 벗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꽤 덥군.” 남자가 말했다.

“맥주 마시자.”

“맥주 두 병(Dos cervezas)." 그 남자는 발 안쪽을 향해 말했다.

“큰 걸로요?” 부인이 출입구에서 물었다.

“예. 큰 거 2개요.”

부인은 2개의 컵 받침에 맥주 2잔을 가지고 왔다. 그녀는 컵 받침을 놓고 맥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남자와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언덕의 능 을 바라보다가 멈췄다. 언덕은 햇볕을 받아 하얗고, 군데군데 얼룩져 있었다.

“언덕이 흰 코끼리 같아.” 소녀가 말했다.

“난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남자는 맥주를 마셨다.

“아니. 넌 못 봤을 걸.”

“나도 봤을지 몰라.” 남자가 말했다. “네가 내게 보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뭔가를 나타내는 건 아냐.”

그 소녀는 발을 바라보았다.

“발에 뭔가 그려져 있어.” 소녀가 말했다.

“뭐라고 쓰여 있어?”

“Anis del Toro(Anis; aniseed로 맛을 낸 스페인·라틴 아메리카의 독한 술). 술이야.”

“우리 마셔볼까?”

그러자 남자는 “여기요” 라고 발 안쪽을 향해 불렀다. 부인이 바에서 나왔다

“4 realres(옛 스페인의 화폐단위)."

“아니스 델 토로 2잔 주세요.”

“물과 함께요?”

“물이랑 같이 마셔볼래?”

“잘 모르겠어.” 소녀가 말했다. “물이랑 잘 어울려?”

“괜찮아.”

“물이랑 같이 가져다 드릴까요?” 부인이 물었다.

“네. 물이랑 주세요.”

“이거 감초 맛이 나네.”소녀가 말하며 잔을 내려놓았다.

“항상 그런 식이네.”

“그래.” 소녀가 말했다. “모든 게 감초 맛 같아. 특히 네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모든 것이 다 감초 맛이야. 마치 압생트(프랑스산의 독주)처럼.”

“관두자.”

“먼저 시작한 건 너야.” 소녀가 말했다. “나는 아주 기분 좋았는데. 좋은 시간을 갖고 있었다고.”

“좋은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자.”

“좋아. 나는 노력 중이었어. 난 그 언덕이 흰 코끼리처럼 보인다고 말했어. 빛나지 않아?”

“빛나.”

“나 새로운 술을 마시고 싶어. 그게 우리가 하는 전부야. 그렇지 않아? 그저 뭔가를 보며 다른 술을 마시는 것?”

“동감이야.”

소녀는 언덕 건너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언덕이야.” 소녀가 말했다. “전혀 흰 코끼리처럼 보이지 않아. 난 나무를 통해 언덕의 색이 뭘 뜻하는지 알아.”

“우리 다른 것 마실까?”

“좋아.” 따듯한 바람이 테이블을 향해 발을 흔들었다.

“맥주가 시원하고 좋아.” 남자가 말했다.

“너무 멋져.” 소녀가 말했다.

“무척이나 간단한 수술이야. 지그(Jig).” 남자가 말했다. “그런 건 수술도 아니라고.”

소녀는 그저 테이블 다리가 서있는 바닥을 보고 있었다.

“네가 신경 쓰지 않는걸 알아. 지그(Jig). 아무것도 아냐. 단지 공기가 들어갈 뿐이라고.”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너와 함께 갈께. 그리고 항상 같이 있어줄게. 그들은 공기만 집어넣을 것이고 그러고 나면 모든 게 완벽히 자연스러워지는 거야.”

“그러고 나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데?”

“우리는 그 뒤로 잘 될 거야. 전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뭐가 널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데?”

“그건 단지 우리를 괴롭힐 뿐이야. 단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소녀는 발을 바라보았고, 손을 내밀어 발의 두 줄을 잡았다.

“그리고 넌 그러고 나선 우리가 잘 되고 행복할거라고 생각하겠지.”

“난 우리가 괜찮을 거란 걸 알아. 넌 두려워할 필요 없어. 난 많은 사람들이 그걸 해온걸 알고 있어.”

“나도 알아.” 소녀가 말했다. “그리고 그 후에 그들을 모두 행복했겠지.”

“글쎄.” 남자는 말했다. “만약 네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돼. 네가 싫다면 강요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건 정말 간단한 거야.”

“넌 정말 원하는 거야?”

“내 생각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네가 정말로 원하지 않으면 난 더 이상 너에게 강요하지 않을 거야.”

“만약 내가 그걸 한다면 넌 행복할 거고 모든 게 전 같아지겠지? 그리고 넌 날 다시 사랑할 테고.”

“난 지금도 널 사랑해. 너도 내가 널 사랑하는걸 알잖아.”

“나도 알아. 하지만 만약 내가 수술을 한다면 다시 좋아지겠지. 만약 내가 모든 게 하얀 코끼리 같아. 라고 말하면 넌 그걸 좋아할까?”

“난 좋아할 거야. 난 지금도 그걸 좋아하지만 그걸 생각할 수 없어. 너도 알잖아. 내가 걱정할 땐 어떻게 되는지.”

“만약 내가 그 수술을 한대도 넌 걱정 안 하지?”

“그건 아주 간단한 거니까 난 걱정 안 해.”

“그럼 나 할께. 난 내가 어떻게 돼도 상관없으니까.”

“무슨 의미야?”

“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고.”

“난 상관있어.”

“아. 그래. 하지만 난 상관없어. 그리고 난 그걸 할 것이고 다시 모든 게 괜찮아 지겠지.”

“네가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난 네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소녀는 일어나 역 끝으로 걸어갔다. 맞은 편 에브로 강둑을 따라 곡식과 나무의 들판이 있었다. 멀리 강 건너 산이 있었다. 곡식의 들판을 가로질러 구름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녀는 그 나무들 너머의 강을 보았다.

“우린 모두 가질 수 있었어.” 소녀가 말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었는데, 매일 우리는 점점 실현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어.”

“무슨 뜻이야?”

“난 우리가 뭐든지 모두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어.”

“우린 뭐든지 모두 가질 수 있어.”

“아니. 우린 할 수 없어.”

“우린 어디든 갈 수 있어.”

“아냐. 우린 못해. 그건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닌걸.”

“그건 우리 것이야.”

“아냐. 그렇지 않아. 그리고 그들이 그걸 가져가면 넌 절대로 되찾을 수 없어.”

“하지만 아직 그들은 그걸 가져가지 않았잖아.”

“우린 기다려 볼 수 있어.”

“그늘로 다시 돌아와.” 남자가 말했다. “항상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아줘.”

“하여튼 난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아.” 소녀가 말했다. “난 그냥 알고 있을 뿐이야.”

“난 네가 원하지 않는 건 무엇도 하길 원치 않아.”

“내 몸에 좋지 않은 것도 안 돼.” 소녀가 말했다. “알아 우리 다른 맥주 마셔볼까?”

“좋아. 하지만 네가 알았으면 좋겠어.”

“나도 알고 있어.” 소녀가 말했다. “우리 그만 얘기하는 게 어때?”

그들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소녀는 계곡의 마른 언덕을 가로질러 바라보았다. 남자는 소녀를 바라보고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넌 이해해야 해.” 남자가 말했다. “네가 하고 싶지 않다면 나도 원하지 않아.”

“그게 너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라면 난 기꺼이 너와 함께 할 꺼야.”

“너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니? 우린 잘 해낼 수 있어.”

“물론 그래. 하지만 난 네가 아니면 원치 않아. 난 아무도 원치 않아. 그리고 난 그게 아주 간단하다는 것도 알아.”

“그래. 넌 그게 매우 간단하다는 걸 알지.”

“네가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괜찮아. 그러나 난 알아.”

“지금 나를 위해 뭐든지 해줄 수 있니?”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게.”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말 좀 그만하면 안 될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역의 벽에 기대어 있는 가방들을 보았다. 가방에는 그들이 밤을 보냈던 호텔의 라벨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난 네가 하는 걸 원치 않아.” 남자가 말했다. “난 그 수술에 대해 아무걱정도 하지 않아.”

“내가 소리치겠지.” 소녀가 말했다.

부인은 젖은 받침대 위에 맥주잔 2개를 올려놓고 발을 통해 나갔다.

“5분 안에 기차가 올 거예요.” 부인이 말했다.

“그녀가 뭐래?” 소녀가 물었다.

“기차가 5분 안에 온데.”

소녀는 부인에게 감사의 뜻으로 환하게 미소 지었다.

“다른 곳에 가방을 가져다 놓는 게 좋겠어.” 남자가 말했다. 소녀는 남자를 향해 미소 지었다.

“좋아. 그리곤 돌아와서 마시던 맥주를 마저 마시자.”

그는 무거운 가방 2개를 들어서 역의 다른 통로의 근처로 옮겼다. 그가 통로를 바라보았지만 기차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술집을 지나서 걸었다. 그는 바에서 아니스(Anis)를 마시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나름대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발을 지나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테이블에 앉아서 남자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좀 나아졌어?” 그가 물었다.

“난 괜찮아.” 소녀가 말했다. “내게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걸. 난 괜찮아.”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인디언 캠프(Indian C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