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MALISM: 주근옥의 문학세계
한국문학의 판단중지(Epoche)를 위하여
주근옥 선생의 한국시 변동 과정의 모더니티에 관한 연구(시문학사, 2001)를 경탄의 마음으로 읽었다. 개화기에서 1920년대까지의 역사적인 격동의 시기에 일어난 한국 현대시의 태동 과정을 다룬 이 저서는 치밀한 이론적 틀을 기반으로 문학사적 사실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칸트에서 헤겔, 보들레르에서 엘리엇, 바르트와 그레마스, 그리고 임화에서 김윤식과 김용직에 이르는 숱한 철학과 문학사의 저작들이 풍부한 시사 자료와 어울려 그의 저서 속에서 자유롭게 대화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서울 중심의 학문적 풍토가 너무도 굳게 자리 잡고 있는 현금의 학문적 상황을 되돌아볼 때, 이 저서는 지방에서 활동하는 국문학 연구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연구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나아가 우리나라 현대문학 연구의 전반적인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믿는다. ―장수익(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앞으로 당분간은,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하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시험적인 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언제든, 누군가에 의해 개척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해왔었습니다만, 이제사 그 효시를 보는 것 같애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오영진(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1989.5.24)
주근옥은 많은 시인들이 애써 추구하고 있는 이른바 품격 높은 시어를 탐내지 않는다. 그의 시에는 비속한 일상어가 범람할 뿐, 수사적 구문은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한 마디의 시어, 한 행의 시구를 통해서 작품의 가치를 결정짓고자 하지 않는다. 그와는 정반대로 작품 전체의 구조, 그리고 이 구조 사이에 숨어있는 언어의 고리가 발휘하는 힘이 그의 시의 작품성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바로 이 언어의 고리들을 풀어서 정연하게 연결시켜야 한다. 그의 시가 처음엔 쉽게 읽혀지는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몇 번씩 되풀이해서
읽어야만 되는 까닭은 바로 이 숨어있는 언어의 고리를 쉽게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재영(충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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