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문학 통권 301호 2016. 05 01)

 

메어리 로비슨(Mary Robison) / 주근옥 역

 

앨리슨은 호박 꼬투리를 붙잡고 절룩거리며, 그녀의 하얀색 르노로부터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녀는 뒤꼍의 포치에 흩뜨린 잔가지와 낙엽 위에 드린 땅거미 속의 클라크를 발견했다. 그는 황갈색의 숄을 걸치고 있었다. 그는 슬리퍼를 신은 발놀림으로 밀고 당기며, 푹신한 흔들의자 안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앨리슨은 커다란 호박을 내려놓고, 포치의 바닥에서 쉬고 있었다.

클라크는 그녀보다 더 늙었다(앨리슨은 서른다섯 클라크는 일흔 여덟). 그들은 네 달 전에 결혼했다. 그들은 키가 매우 크고, 팔이 길었으며, 그들의 얼굴은 서로 닮아보였다. 앨리슨은 가발을 썼다. 그것은 얼굴 부위를 감싼 얇은 금색의 후드 같았다. 그녀는 오늘 밝게 물들인 데님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대개 오후 탁아소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행하기 위해 튼튼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클라크의 긴 무릎 위에 보다 작은 호박 한 개를 내려놓았다. “이제 됐어요.”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꼭 잘 생긴 얼굴을 조각하세요. 이것들은 애들을 위한 것이에요.”

헤플화이트식의 현관에서, 앨리슨은 클라크의 저녁 식탁에 놓인 일상목록(지워진 목록과 함께)을 발견했다. 앨리슨은 빠르게 우편물, 즉 현란한 쿠폰 한 묶음, 제임스타운 주류 판매점의 백포도주 광고 전단지, 11월 유료-TV 프로그램 안내서, 그리고 가장 이상한 것-이미 개봉된, 북부에서 온, 클라크의 결혼한 딸로부터 온 지극히 고약한 편지를 찾으러 갔다. “당신은 늙은 바보예요.” 앨리슨이 읽는다. 그리고 “당신은 끔찍하게 속고 있는 거예요.” 거기에는 동봉된, 클라크에게 작성된 25달러짜리 선물 수표가 있었다(그의 생일은, 저런.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은 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사인이 되어 있었다. “Jesus H. Christ.”

이날 밤 늦게까지, 앨리슨과 클라크는 뒤 포치에 내놓은 낡은 책상에서 함께 호박의 속을 파내고 조각했다. 그들은 칼과 수저를 사용하여 호박껍질을 벗기기 위해 젖은 신문지 위에 신문지를 놓고 작업했다. 특히 클라크는 스위스 군사용 칼로 호박의 이빨과 눈과 콧구멍의 모양을 정밀하게 새기는 것을 좋아했다. 클라크는 내과 의사였지만, 일요일에는 또한 수채화가가 되기도 했다. 그의 네 개의 호박은 표현이 풍부하고 기교적이었다. 그들의 조각된 생김새는 호박의 크기와 모양에 꼭 어울리는 것이었다. 두 개는 사납게 그리고 들쭉날쭉 거칠게 보였다. 한 개는 놀란 표정을 나타냈다. 나머지는 잔잔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앨리슨의 네 개의 얼굴은 칼자국과 일그러진 부위가 서툴게 새겨졌다. 그녀는 코와 눈을 삼각형으로 잘라냈다. 그녀가 만든 입 끝이 둘은 위로 올라가고, 또 다른 둘은 내려갔다.

아침에 그들은 작업을 끝냈다. 클라크는 작품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가, 다시 흔들의자 쪽으로 움직였고, 졸린 듯이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이웃의 불빛이 골짜기에 걸쳐 있었다. 사계절 동안, 버지니아의 밤은 따뜻했다. 나뭇잎은 대부분 떨어졌고, 이미 갈색으로 변해버렸으며, 나무들은 조용히 서있었다. 달은 그들의 머리 위에 둥글게 떠 있었다.

앨리슨은 쓰레기를 치웠다.

“당신의 호박초롱(jack-o’-lanterns)이 내 것보다 훨씬 더 좋아요.” 클라크가 그녀에게 말했다.

“지옥처럼,” 앨리슨이 말했다. “날 봐요,” 클라크가 말했다. 앨리슨이 클라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는적는적한 신문뭉치를 쥐고 있었다. 그 신문뭉치는 호박속의 냄새와 함께 향기롭게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당신의 것들이 훨씬 더 좋아요.” 그가 말했다.

“틀렸어요. 당신의 작품이 더 문학적이에요.” 앨리슨이 말했다. 그녀는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노란 철야촛불을 들고 나왔다. 그녀는 포치 난간에 한 줄로 놓인 호박초롱 안에서 녹은 촛불 자체의 촛농 웅덩이 안에 촛불이 정착할 때까지 그것을 붙잡고 있었다. 앨리슨은 각각의 촛불을 따라가 불을 붙이고, 그 작은 불꽃 위에 호박 뚜껑을 덮었다. “보여요?” 그녀가 말했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함께 앉았고, 그 오렌지 빛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우린 지쳤어요. 그러나 좋은 밤이었어요.” 앨리슨이 말했다. “촛불을 끄지 말아요. 난 이 새로운 것들을 내일까지 놓아 둘 거예요.”

그녀의 침대에서,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몇 주 더 일찍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 가발이 벗겨질지라도 나를 바라보지 말아요.” 그녀가 클라크에게 말했다. “제발,” 그녀의 맥박이 그의 손가락 아래에서 퍼덕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올려 이불을 걷어찼다. 그녀는 잠긴 차고에 대해 클라크에게 무언가 말을 했다.

전화기를 들고, 클라크는 포치의 뒤와 아래를 이리저리 훑어보고 있었다. 그는 그의 아내와 한 번 더 술잔을 나누고 싶었다. 그는 그가 가지고 있었던 보다 큰 투시도(perspective)로부터, 두려웠던 것, 괴로웠던 것 같은 것과, 자기 자신만의 사소한 솜씨까지,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당신이 아주 사소하고 특별한 것을 지나치게 예기했던, 그리고 당신 자신을 너무 작게만 좋아했던 그 존재들까지) 그는 그녀가 아무것도 놓친 게 없다는 것을 확신시키고 싶었다.

클라크는 이제 전화기로 말하고 있었다. 그는 호박초롱을 바라보았다. 그 호박초롱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각주
    1) Hepplewhite:
섬세한 아름다움을 특징으로 하는 18세기 말의 영국식. (역주)
    2) Jamestown
: 1607년에 개척된 정착지로, 버지니아 주 제임스 강가의 반도(나중에 제임스타운 섬)에 있다. 제임스 1세를 기념해 명명된 이 지역에서 담배 경작이 시작되었고, 대륙 최초의 대의제 정부(1619)가 세워졌다. 최초의 아프리카 노예들이 이곳을 통해 들어왔고, 미국 내 최초의 영국성공회 교회가 세워졌다. (Daum 백과사전)
    3) 1. “Jesus Hebrew(
또는 haploid) Christ”의 약자로 남부의 조롱조의 말. 2. H=반수체(haploid): 꽃가루나 난세포처럼 한 조 (n=1)의 염색체만 가진 세포 혹은 그러한 세포로 구성된 개체. 자연 상태에서 반수체는 수정되지 않은 감수분열 산물이 식물로 발달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말하자면 무수정으로 탄생된 그리스도라는 조롱조의 말. 즉 클라크의 딸이 자기는 아버지 없이 탄생된 자식이라는 의미. (역주

  4)  참고 소설

반카(안톤 체호프, Anton Pavlovich Chekhov)

두 친구(기 드 모파상, Guy de Maupassant)

틈입자(메테를링크. Maurice Maeterlinck)

자매들(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레이몬드 카버, Raymond Carver)

일터에서의 고충(해롤드 핀터, Harold Pinter)

버스 정류장(해롤드 핀터, Harold Pinter)

장미밭에서(도리스 레싱; Doris May Lessing)

챈스의 외출(코진스키, Jerzy N. Kosinski)

 

 

연과 그림물감(Kite and Paint)_Mary Robison / 주근옥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