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크레인(Stephen Crane)

주 근옥 역

(2011. 12. 10. http://www.poemspace.net/ 게시)

   
   (조선문학 통권 제267호, 2013.07.01, 조선문학 통권 제268호, 2013.08.01)


사실 뒤에 숨은 심층의 이야기. 침몰 기선 코머도어(Commodore)의 선장으로부터 듣게 된 네 사람의 경험 그 불가사의의 존재(Being)에 관한 이야기.

 

I

그들은 하늘의 색깔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들의 눈은 수평선을 흘끗 훑어보았고, 휙휙 지나가는 파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파도는 하얀 거품으로 덮인 그 꼭대기를 제외하고 점판암의 모양이었으며, 그 사람들은 모두 바다의 그 색깔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수평선은 좁아졌다 넓어졌다, 잠간 잠겼다가 나와 일어서기도하고, 언제나 그 모서리는 바위에 부딪치는 것 같은 파도와 함께 덜컹덜컹 흔들렸다. 바다에 뜬 조각배보다 큰 욕조 안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목욕을 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파도는 매우 거칠고 난폭했으며, 그 표면의 거품은 작은 조각배의 항해에 문제를 일으켰다.

요리사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대양으로부터 그를 갈라놓은 뱃머리의 6인치에 두 눈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의 소맷자락은 살찐 팔뚝 위로 말려 올라가 있었고, 열린 구명동의 포켓의 덮개는 그가 조각배에서 탈출하려고 구부린 것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는 자주 외쳤다. “젠장! 클립 해협이었잖아.” 그렇게 외치고, 성난 바다 너머의 동쪽을 계속 응시했다.

조각배 안의 두 개의 노 가운데 한 개로 노를 젓고 있는 급유담당자는, 선미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물결에 젖지 않으려고 갑자기 몸을 일으켜 세우곤 했다. 그것은 작고 얇은 노였으며, 금방이라도 딱 부러질 것 같았다.

또 다른 노를 젓고 있는 특파원은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는 그가 왜 거기에 있게 되었는지 놀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때, 부상당한 선장은 뱃머리에 누운 채, 회사가 망하고, 군대가 패하고, 배가 침몰할 때, 좋든 싫든, 용감하고 인내심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그 실의와 무관심에 파묻혀 있었다. 선장의 마음은 단 하루이든 또는 10년이든 그동안 통솔했던 그 배의 늑재(肋材)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며, 하루에 일곱 번이라도 변하는 여명의 잿빛 장면의 황량한 느낌을 그러한 정을 갖게 되는 것인데, 파도에 이리저리 난도질당한 그 배 위의 하얀 돛 줄 타래(a white ball)와 함께 중간돛대의 밑동이 점점 가라앉다가 마침내 침몰해버렸던 것이다. 따라서 그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확고했지만, 비탄에 깊이 빠져, 화법 또는 눈물을 초월한 음색의 느낌이 들어있었다.

“좀 더 남쪽으로 저어 가, 빌리.” 그가 말했다.

“좀 더 남쪽으로요, 선장님.” 선미에서 급유담당자가 말했다.

이 조각배의 좌석은 갑자기 뛰어오르는 야생마의 등과 다르지 않았으며, 같은 이유로 야생마라고 해도 그렇게 작은 것은 아니었다. 배는 야생마처럼 날뛰기도 하고 뒷다리로 서기도 하고, 돌진하기도 했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배는 일어서기도 하고, 아득히 높은 담을 넘고 있는 야생마 같기도 했다. 파도의 벽을 기어오르는 수법은 신비로운 것이었으며, 더 나아가 그 꼭대기의 하얀 물살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공중으로부터의 도약을, 요구하는 그 파도의 꼭대기에서 내달려내려오는 포말 속에서, 이러한 신비로움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때, 파도의 물마루에 수치스럽게도 쿵 부딪친 다음, 배는 미끄러져 내달리다가, 풍덩 빠졌다가, 다음에 닥칠 위협 앞에서 깐닥거리다가, 그리고 끄떡거리는 것이었다.

바다의 기괴한 사정은 하나의 파도를 극복한 후에, 당신이 또 다른 파도가 몰려온다는 것을 발견한 것만큼 중대한, 그리고 조각배를 처박는 방식의 어떤 무엇으로 압박해 오는 그 초조하고 조마조마한 것만큼의 그 사실로 엎드려 있다는 것이다. 10피트의 작고 볼품없는 이 탈것 안에서, 우리는 바다에도 그 볼품없는 탈 것 안에도 결코 존재하지 않는 말하자면 보통의 경험이 아닐 듯싶은 파도의 행렬 안에서, 바다의 기략(機略)을 찾아낼 수 있다. 밀려온 파도 그 점판암의 절벽처럼, 그것은 조각배 안 사람들의 시야를 모두 가려버렸으며, 이 특별한 파도가 대양의 최후의 폭발, 무자비한 파도의 최후의 효력이었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파도의 그 운동 안에는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미의 여신 그레이스가 있었다. 개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물마루는 조용히 다가왔던 것이다.

음침한 빛 속에서, 사람들의 얼굴은 온통 잿빛이었다. 끊임없이 선미를 응시하고 있는 그들의 눈은 이상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선미서 바라보면, 모든 사물은 섬뜩하게 아름다운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각배 안의 사람들은 그것을 바라볼 시간이 없었으며,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한가로운 여유가 있었다면, 거기에는 그들의 마음을 점령한 또 다른 미지의 사물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태양은 여전히 하늘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고, 그들은 바다의 색깔이 점판암 색깔에서 호박색으로 줄무늬가 박힌 에메랄드의 초록 색깔로 변했기 때문에, 대낮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며, 포말은 눈덩이처럼 굴러다녔다. 동이 틀 무렵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들은 그들 쪽으로 굴러오는 파도의 색깔로 인하여 이렇게 무쌍한 변화를 깨달았을 뿐이었다.

조리에 닿지 않는 말로 요리사와 특파원은 구조소와 대피소의 차이점에 대해 다투고 있었다. 요리사가 말했다. “대피소는 머스키토 만 등대(the Mosquito Inlet Light)의 정북에 있어. 그리고 그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보트를 타고 와, 구해낼 거야.”

“우리를 보자마자?” 특파원이 말했다.

“구조대원 말이야.” 요리사가 말했다.

“대피소에는 구조대원이 없어.” 특파원이 말했다. “내가 알기로, 그곳은 조난선원의 구조를 위한 옷가지와 음식물이 비축된 장소일 뿐이야.”

“오, 아니야, 있어.” 요리사가 말했다.

“아니야, 없어.” 특파원이 말했다.

“글쎄, 아직 우리가 거기에 있는 건 아니니까. 아무튼.” 선미에서 급유담당자가 말했다.

“글쎄,” 요리사가 말했다. “머스키토 만 등대 근처에 있는 것이 대피소가 아닐지도 몰라. 어쩌면 구조소일지도 몰라.”

“아직 그곳에 있는 게 아니라니까.” 선미에서 급유담당자가 말했다.

 

II

조각배가 파도의 꼭대기에서 펄쩍 뛰어오를 때마다, 바람은 남자들의 머리카락을 잡아채며 질주했고, 배가 선미를 풍덩 물속으로 떨어뜨릴 때마다 비말(飛沫)이 튀겨 몸이 더러워졌다. 이 파도의 물마루는 남자들이 순간적으로 바라보았던 그 꼭대기의, 반짝이는 그리고 바람에 찢기는, 광활하고 거친 공간의, 언덕이었다. 그것은 찬란했을는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에메랄드의 초록빛과 흰색과 호박색의 야생상태인, 이 자유로운 바다의 연기가 화려했을는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정말 멋진 것은 해안 쪽으로 바람이 분다는 것이야.” 요리사가 말했다. “이게 아니었다면, 우리가 어디에 있겠어? 아마 흔적도 없었을 거야.”

“그래.” 특파원이 말했다.

바쁜 급유담당자가 고개를 끄떡거리며 동의했다.

그때 뱃머리에서 선장은 유머와 치욕과 비극이 하나로 표현된 웃음으로 낄낄거리고 있었다. “자네들, 우리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 그가 말했다.

그 후에 세 사람은 에헴 또는 에에 하는 소리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그들은 겉으로 유치하거나 멍청해진 느낌이 드는 그래서 특별한 무사태평을 표현하는 것이었지만, 그들 모두가 그들의 마음속에 그 상황의 어떤 무엇의 심층의미를 품고 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젊은 사람은 그 순간에 끈덕지게 포기를 생각한다. 다른 한편 그 상황에서의 윤리는 절망의 암시에 단호히 저항한다.

“오, 그래.” 어린애 같은 선원들을 달래며, 선장이 말했다. “우린 무사히 해안에 도착할 거야.”

그러나 그의 어투에는 그들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급유담당자가 말했다. “그래요! 만약 이 바람이 계속 해안 쪽으로 분다면 말예요!”

요리사는 계속 물을 퍼내며 말했다. “그래! 만약 우리가 밀려닥치는 이 파도 속에서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말이야.”

갈매기가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그들은 때때로 폭풍의 진로에 따라 카펫처럼 흔들리는 그 파도 위에 굴러다니는 갈색의 바닷말 조각 근처에 내려앉았다. 새들은 무리지어 편안하게 앉아있었다. 그들은 이 볼품없는 조각배 안의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이 분노의 바다가 내륙 깊은 곳, 한 배의 뇌조 가족이 사는 그 대초원보다 더 좋을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종종 갈매기들은 매우 가까이 다가와, 검은 염주 알 같은 눈으로 사람들을 말똥말똥 바라보았다. 이때 그들은 새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는 그 눈 속에서 무시무시하고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은 화내어 꺼지라고 소리 지르며 그들을 쫒아버렸다. 그 중의 한 마리가 다시 날아와, 선장의 머리에 의심 없이 내려앉으려고 했다. 새들은 배와 나란히 날아다녔으며, 원을 그리지는 않고, 닭들이 하는 것처럼 공중에서 옆으로 짧게 껑충거렸다. 새의 검은 눈은 탐내듯이 선장의 머리에 고정시켰다. “이 못 생긴 놈이,” 급유담당자가 새에게 말했다. “넌 마치 잭나이프로 도려낸 것 같구나.” 요리사와 특파원이 그 창조물에게 험악하게 욕을 했다. 물론 선장도 굵은 밧줄의 끝으로 후려쳐 쫓고 싶었지만 감히 그렇게 하지는 못 했다. 왜냐하면 힘을 주는 몸짓과 같은 그 어느 행동도 이 배를 전복시킬 것 같았기 때문이었으며, 그래서 손으로 선장은 부드럽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저어서 갈매기를 쫓으려고 했다. 새들이 그 짓을 단념케 한 후, 선장은 그 짓으로 인해 숨이 찼고, 다른 사람들도 그 새가 이 순간 어쩐지 섬뜩하고 불길한 그 불가사의의 존재로 그들의 마음에 일격을 가했기 때문에 숨이 찼던 것이다.

그 동안 급유담당자와 특파원은 노를 젓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노를 젓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자리에 함께 앉아 각각 노를 젓고 있었다. 그 다음에 급유담당자가 두 개의 노를 잡고 저었다. 그 다음엔 특파원이, 그 다음엔 급유담당자가, 그 다음엔 특파원이, 그렇게 교대로 노를 저었다. 그들은 노를 젓고 또 저었다. 이 일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부분은 노를 저을 차례가 되어 선미에 기대있던 사람이 교대하러 올 때였다. 별에게 맹세하지만, 이 볼품없는 조각배에서 자리를 바꾸는 것보다 씨암탉의 알을 훔치는 것이 더 쉽다. 모든 행동이 지극히 조심스러웠다. 두 사람이 서로 옆걸음질하며 지나칠 때, 다른 일행은 다가오는 파도를 경계의 눈으로 지켜보았고, 선장은 소리쳤다. “이것 봐! 침착해!”

이따금씩 나타나는 바닷말의 멍석들은 섬들, 지구의 조각들 같았다. 그들은 언뜻 보기에 이리저리 방향 없이 여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실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바닷말의 멍석들은 배가 육지 쪽으로 서서히 진전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배가 거대한 파도 위에 솟구쳐 올라 선 후, 뱃머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서며 머스키토 만 등대의 불빛을 보았다고, 선장이 외쳤다. 곧이어 요리사가 그 불빛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때 특파원은 노를 젓고 있었다. 어쨌든 그도 등대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등이 해안을 향해 있었으며, 당장은 파도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머리를 돌릴 기회를 포착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침내 사나운 파도보다 부드러운 파도가 다가왔으며, 그 파도의 물마루에 이르렀을 때, 그는 재빠르게 서쪽 수평선을 흘겨보았다.

“저것 봐.” 선장이 말했다.

“안 보여요.” 특파원이 천천히 말했다. “난 아무것도 안 보여요.”

“다시 봐.” 선장이 말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등대가 정확히 저 방향에 있어.”

또 다른 파도의 꼭대기에서, 특파원은 명령 받은 대로 쳐다봤고, 순간 그의 눈은 가물거리는 수평선의 모서리에 있는 작은 부동체(不動體)로 향했다. 그것은 꼭 핀의 끝 같았다. 그 작은 등대가 그것을 찾으려고 마음 죄이고 있던 그의 눈 안에 들어왔던 것이다.

“우리가 해안에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선장님?”

“만약 이 바람이 멈추고, 배가 침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해안에 닿을 수 있을 거야.” 선장이 말했다.

바다 위로 우뚝 끌려 올려진, 그리고 그 물마루에서 텀벙 떨어진 조각배는 그 앞에 바닷말이 없을 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배는 5대양의 은혜로, 기적적으로 간신히 목숨을 이어가는 미물(微物) 같았다. 가끔씩, 하얀 불꽃 같이 발산된 거대한 물의 분무(噴霧)가 배 안을 가득 채웠다.

“물을 퍼내게, 요리사.” 선장이 침착하게 말했다.

“알았어요, 선장님.” 기분 좋은 얼굴로 요리사가 말했다.

 

III

이 바다 위에서 확립된 남자들의 미묘한 우애를 기술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도, 그것에 대해 또 다른 견해를 언급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그 우애는 조각배 안에 분명히 존재했으며, 남자들은 그것이 자신들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느꼈다. 그들은 모두 선장이었으며, 급유담당자였으며, 요리사였으며, 특파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친구들, 다시 말해서 평범한 것보다 더 정교하게 만들어진 아이언바운드(iron-bound) 수준의 친구들이었다. 상처를 입고 누워있는 선장은 뱃머리에서 비상 물주머니의 반대쪽에 누워있었으며, 항상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볼품없는 조각배의 어릿광대 같이 생긴 세 사람보다 더 잘 마음을 읽고 신속하게 순종하는 승무원들을 통솔해본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공동의 안전을 위해 최선인 것의 단지 인지에 불과한 그것보다 더 좋은 최선의 것이었다. 개인적이면서도 진심에서 우러난 성향이 그 안에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나중에 이러한 우애, 예를 들어, 인간이란 원래 냉소적인 것이라고 배웠던 특파원이 그의 삶의 최고의 경험 바로 그 순간에 깨달았던, 이 우애가 존재했던 그 조각배의 지휘자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존재한다고 말로 표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에 대해 또 다른 견해를 언급하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가 돛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 거야.” 선장이 말했다. “노의 끝에 오버코트를 걸쳐 돛을 만들고, 두 녀석에게 쉴 기회를 주면 좋을 것 같아.” 그래서 요리사와 특파원은 마스트를 붙잡고 오버코트를 넓게 펼쳤다. 급유담당자가 키를 잡고, 조각배는 새 장비를 갖추고 순조롭게 항해했다. 때때로 급유담당자는 배 안으로 들이닥치는 파도를 막으려고 급히 노를 젓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해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는 동안 등대는 점점 커져왔다. 등대는 이제 거의 제 색깔이 드러나, 하늘의 희미한 회색빛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노잡이는 이렇게 희미한 회색빛 그림자를 흘끗흘끗 보려고 머리를 돌리는데 방해를 받지 않는 것 같았다.

드디어 파도의 꼭대기로 튀어 오른 배 안의 사람들은 육지를 바라볼 수 있었다. 비록 그 등대가 하늘 위에 곧추 선 그림자였을지라 할지라도, 이 육지는 분명히 바다 위의 길고 검은 그림자로 보였다. 그것은 확실히 종이보다도 얇은 것이었다. “우리는 뉴스미르나 반대편에 있어요.” 스쿠너(schooners)로 이 해안을 항해한 경험이 있는 요리사가 말했다. “그런데, 선장님, 나는 약 일 년 전부터 구조소가 방치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 선장이 말했다.

바람이 서서히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요리사와 특파원은 이제 노를 빠르게 젓기 위해 노예가 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배가 순항을 시작한지 얼마가지 않아, 파도가 다시 배를 격렬하게 덮치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그 거친 파도와 맹렬히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난파는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났다. 만약 사람들이 훈련만 되어있었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쾌척한 컨디션에 이르렀을 때 사건이 발생했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조각배 안의 네 사람은 이 배 안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이틀 낮 이틀 밤 동안 한 숨도 자지 못했다. 침몰하고 있는 배의 갑판으로 기어오르는 그 소동 속에서, 그들은 또한 실컷 먹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급유담당자와 특파원은 이 순간의 노 젓기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특파원은 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노 젓기를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것은 오락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혹한 형벌이었으며, 정상인 이상의 천재라 할지라도, 그것이 근육에 잔혹한 그리고 등에 죄를 짓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조각배에서의 노 젓기의 놀이가 그에게 어떻게 감동을 주었는지 말하고 있었으며, 녹초가 된 얼굴의 급유담당자도 그 말에 동감하여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쨌든, 침몰 이전에 급유담당자는 침몰선의 기관실에서 8시간 교대근무(double-watch)를 했었다.

“자네들, 이제 좀 쉬게.” 선장이 말했다. “힘을 소비하지 말게. 만약 연안쇄파(沿岸碎波)가 몰려온다면, 자네들은 힘이 필요하게 될 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반드시 그 파도를 타며 해안까지 수영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지. 여유를 갖게.”

서서히 바다로부터 육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개의 검은 줄에서 그것은 검은 줄과 하얀 줄이 되고, 숲과 모래가 되었다. 드디어 선장은 해안의 집을 분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분명히 대피소일 겁니다.” 요리사가 말했다. “머지않아 사람들이 우리를 구하러 올 겁니다.”

멀리 등대가 높이 서있었다. “파수꾼이 지금쯤 우리를 발견해야 할 텐데, 만약 그가 망원경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야.” 선장이 말했다. “그는 구조할 사람들을 찾아낼 거야.”

“이 배엔 난파선의 기별을 전하러 해안으로 갈 사람이 없겠지.” 급유담당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구명정이 우리를 구하러 오겠지.”

서서히 그리고 아름답게 육지가 어렴풋이 나타났다.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북동쪽에서 남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마침내, 새로운 소리가 사람들의 귀를 때렸다. 그것은 해안에서 밀려오는 쇄파의 천둥 같이 낮은 소리였다. “우리는 이제 등대 쪽으로 갈 수 없을 거야.” 선장이 말했다. “약간 북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빌리.” 그가 말했다.

“약간 북쪽으로, 선장님.” 급유담당자가 말했다.

그 다음 조각배가 한 번 더 바람을 타고 가도록 뱃머리를 돌렸고, 노잡이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는 해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해안이 확대되고 있는 그 영향으로 인하여, 의심스럽고 무서웠던 그 불안이 사람들의 마음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아직도 조각배의 운항에 열중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유쾌한 마음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아마 한 시간 후에, 그들은 해안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등뼈는 조각배 안에서 균형을 잡는데 익숙해져 있었으며, 지금까지 그들은 곡예사처럼 이 조각배의 야생 망아지를 탔던 것이다. 특파원은 그가 흠뻑 젖어있다고 생각했지만, 코트의 윗주머니를 더듬어, 거기서 여덟 개비의 시거를 찾아냈다. 네 명은 바닷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네 명은 완벽하게 무사했다. 몸을 뒤져서, 젖지 않은 성냥 세 개를 찾아냈고, 그래서 네 방랑자는 조각배를 건들거리며 타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서 바삐 돌아가고 있는 그래서 긴급구조되리라고 하는 확신을 가지고, 그들은 커다란 시거를 뻐끔뻐끔 피웠고, 모든 사람들의 안부를 확인했다. 모두 물을 한 모금씩 마셨다.

 

IV

“요리사.” 선장이 말했다. “대피소라고 하는 표지가 아무것도 안 보여.”

“아닙니다.” 요리사가 대답했다. “이상하게도 그들이 우릴 보지 못한 겁니다.”

낮게 그리고 넓게 펼쳐진 해변이 사람들의 눈앞에 누워있다. 그것은 알 수 없는 식물들로 덮인 사구(砂丘)였다. 연안쇄파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분명했고, 때때로 그들은 해변을 스핀업하는 것 같은 파도의 하얀 아가리를 볼 수 있었다. 오두막은 검은 하늘로 가려 있었다. 남쪽의 호리호리한 등대는 회색빛을 길게 드러내고 있었다.

조수, 바람, 그리고 파도는 북쪽의 조각배를 빙빙 돌리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저들이 우릴 보지 못하고 있어.” 사람들이 말했다.

연안쇄파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누그러졌지만, 아직도 그 울림은 우레같이 강력했다. 배가 이 거대한 너울의 쇄파를 헤엄쳐 넘어갈 때, 사람들은 그 쇄파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었다. “이러다가 우린 정말 침몰하겠어.” 모든 사람들이 말했다.

어느 방향이든 20마일 안에 구조소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여기서는 옳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따라서 그들은 국가 인명구조대원들의 시력에 대해 험악한 욕을 해댔다. 조각배 안에 앉아 해안을 노려보고 있는 네 사람의 욕설은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욕설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우릴 찾지 못하고 있어.”

좀 전의 편안한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신경이 날카로워져, 그들의 마음은 온갖 무능과 맹목과 저주의 그림을 쉽게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들은 비겁했다. 그 연안은 인가가 조밀한 육지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곳으로부터 기별이 없는 것에 몹시 격분하고 있었다.

“좋아.” 선장이 말했다. “난 우리 스스로 살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이대로 오래 지체하면, 배가 침몰할 것이고 따라서 수영할 힘도 없게 될 거야.”

급유담당자는 해안을 향해 계속 노를 젓고 있었다. 갑자기 근육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해안에 도달하지 못하면…” 선장이 말했다. “우리가 해안에 도달하지 못하면, 자네들이 나의 최후의 소식을 전해야 해.”

그런 다음 그들은 잠깐 동안 주소와 유언을 주고받았다. 욕을 해댔던 만큼, 그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쩌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빠져 죽는다면…, 만약 내가 빠져 죽는다면…, 만약 내가 빠져 죽는다면…, 바다를 지배하는 일곱 명의 미친 신들은, 왜 나를 이렇게 멀리 오게 하고, 모래밭과 숲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게 했을까? 왜 내가 신성한 목숨에 구멍이 난 것처럼 코뚜레가 달린 것처럼 질질 끌려온 것일까? 이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야. 만약 이 늙은 얼간이노파-운명이 이 상황을 호전시키지 못한다면, 우리가 그녀의 인간운명의 조종자-신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해야만 할 거야. 그녀는 아무 생각이 없는 늙은 암탉일 뿐이야. 마약 그녀가 나를 익사시키기로 했다면, 왜 그녀가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고 이 모든 고통을 내게 주려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엉터리야…. 그러나 아니, 그녀는 나를 익사시킬 생각을 할 수 없어. 그녀는 감히 나를 익사시킬 수 없어. 그녀는 나를 익사시킬 수 없어. 어쨌든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어.”라고 말한 다음, 그들은 구름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는지도 모른다. “이 얼간이 노파야 지금 당장 날 빠뜨리려면 빠뜨려 봐. 그리고 내 말을 잘 들어.”

이때 밀려닥친 것은 엄청나게 큰 파도였다. 그들은 포말의 혼란 속에서 조각배가 부서져 전복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그들의 긴 비명 속에 항상 들어있었다. 그들의 마음은 이 볼품없는 조각배가 깎아지른 것 같은 절벽을 드디어 기어오른다고 할 수 있는 이 바다에 익숙하지 못했다. 해안은 아직도 멀리 있었다. 급유담당자는 배를 능숙하게 저었다. “여러분.”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배는 3분 이상 버틸 수 없어요. 그리고 우리가 헤엄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요. 다시 난바다로 나갈까요, 선장님.”

“그래! 가!” 선장이 말했다.

급유담당자는 기적적으로 빠르게 그리고 안정된 조정술(漕艇術)로, 쇄파의 중심에서 배를 돌려, 다시 안전하게 난바다로 나아갔다. 깊은 바다의 이랑과 부딪쳤을 때처럼 매우 조용했다. 누군가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어쨌든, 지금쯤 구조대원들이 해안에서 우리를 발견했을는지도 몰라.”

갈매기들은 잿빛으로 황량한 동쪽으로 바람을 타고 비스듬히 날아갔다. 돌풍은 남동쪽에서 나타나 불타오르는 빌딩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연기처럼, 검붉은 벽돌색의 구름을 휘감았다.

“구조대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들은 우리를 알리지 않았을까?”

“이상하게도 그들은 우릴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아.”

“그들은 우리가 레저스포츠를 하러 나갔다고 생각할는지도 몰라. 낚시하러 나갔다고 생각할는지도 몰라. 저주받은 바보로 생각할는지도 몰라.”

긴 오후였다. 바뀐 조류는 그들을 남쪽으로 밀어가려고 했지만, 바람과 파도는 북쪽으로 밀고 있었다. 전방 멀리, 그들이 뚫어져라 바라보아 형성된 해안선과 바다와 하늘, 거기에는 해안의 도시를 가리키는 것 같은 작은 점들이 있었다.

“세인트 오거스틴?”

선장이 머리를 흔들었다. “머스키토 만 등대가 매우 가까이 있어.”

그리고 급유담당자가 노를 저은 다음, 특파원이 노를 저었다. 다시 급유담당자가 노를 저었다. 그것은 사람을 녹초가 되게 하는 일이었다. 사람의 등은 의무연대의 종합 해부술을 위해 매뉴얼로 기록된 것보다 더 큰 아픔과 고통의 근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등에 한정된 것이었지만, 무수한 근육의 마찰, 엉킴, 비틀림, 결절(結節), 그리고 또 다른 고통 속에서 느끼는 상쾌함의 무대가 될 수 있다.

“빌리, 넌 노 젓기를 좋아했니?” 특파원이 물었다.

“아니.” 급유담당자가 말했다. “빌어먹을!”

우리가 배의 바닥에서 노 젓는 자리를 바꿨을 때,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는 무기력에 빠져있었다. 찬 바닷물이 배 안에서 이리저리 세차게 튀기고 있었으며, 그는 그 안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널빤지를 베개로 받친 머리는 물마루의 소용돌이 안에 있었으며, 어떤 때는 특히 난폭한 바다가 닥쳐와 그를 한 번 더 흠뻑 적시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그를 괴롭히지는 않았다. 만약 배가 뒤집힌다면, 그는 마치 매우 부드러운 매트리스에 눕기라도 할 것처럼 바다에 뛰어들어 편안하게 몸을 뒤치며 뒹굴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저기 봐! 해안에 사람이 있어!”

“어디?”

“저기, 보이지? 보이지?”

“그래. 확실히! 그가 걷고 있어.”

“지금 그가 멈췄어. 저것 봐! 우릴 보고 있어!”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어.”

“그러네. 이런!”

“아아, 이제 우린 됐어! 이제 우린 됐어! 30분 안에 우릴 구하러 배가 올 거야.”

“그가 가고 있어. 뛰고 있어. 구조소로 가고 있어.”

희미한 해변은 바다보다 낮아 보였고, 약간 거무스름한 그 모습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순간의 통찰력이 필요했다. 선장은 떠다니는 막대기를 발견했으며, 그들은 그것으로 노를 저었다. 우연히 목욕 수건 한 장이 배안에 있었고, 선장은 이것을 막대기에 묶어 흔들었다. 노잡이는 고개를 돌릴 수 없었고, 따라서 그는 묻기만 할 뿐이었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구조대원이 지금 서있어. 그는 우릴 보고 있는 것 같아. 다시 걷고 있어. 구조소 쪽으로… 다시 섰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어요?”

“아니, 지금은 아냐! 하지만 서있어.”

“저것 봐! 딴 사람이 오고 있어!”

“달리고 있어.”

“구조대원에게 가고 있는 것 같아.”

“저런, 자전거를 탔어. 구조원이 그 사람을 만났어. 그들은 함께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어. 저것 봐.”

“해변에 무언가 떠오르고 있어.”

“도대체 그것은 무얼까?”

“저런, 배인 것 같아.”

“저런, 정말 배네.”

“아니, 배가 짐마차 위에 있어.”

“그러네. 음, 구명정임이 틀림없어. 그들은 짐마차에서 배를 끌어내리고 있어.”

“분명히 구명정이야.”

“아니, 그것은, 그것은, 승합마차야.”

“구명정이라고 말했는데.”

“구명정이 아니야. 승합마차야. 난 분명히 알 수 있어. 볼래? 저 큰 호텔의 승합마차야.”

“빌어먹을, 네 말이 맞아. 승합마차야. 틀림없이. 넌 그들이 승합마차로 무엇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봐, 그들은 아마 구조대원을 찾고 있을 거야.”

“그럴 거야. 저것 봐! 검은 깃발을 흔들고 있어. 승합마차의 발판에 서있어. 두 사람이 또 오고 있어. 이제 그들은 함께 무어라 이야기하고 있어. 깃발을 흔들고 있는 사람을 봐. 깃발을 흔들고 있는 것 아닌 것 같은데.”

“깃발이 아니야, 그렇지? 코트야. 저런, 분명히 코트야.”

“그래. 코트야. 코트를 벗어 머리 위로 흔들고 있어. 허지만 자넨 춤을 추고 있는 것으로 보일지 몰라.”

“오, 저런, 저긴 구조소가 아니야. 저것은 숙박자들을 태운 겨울 휴양지의 승합마차일 뿐이야. 저들은 바다에 빠진 우리를 구경하러 나온 숙박자들이야.”

“저 바보가 코트를 흔드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어쨌든, 무슨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북쪽으로 가라고 말하려는 것 같기도 해. 그쪽에 구조소가 있음에 틀림없어.”

“아니! 그는 우리가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유쾌하게 손을 흔들어 주고 있잖아? 오, 저런, 빌리!”

“그래, 난 이 신호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 싶어. 그가 전하려는 뜻이 무엇일까?”

“아무런 뜻도 없어. 그저 놀고 있을 뿐이야.”

“그래, 그는 우리에게 다시 쇄파를 타든지, 난바다로 나가든지, 기다리든지, 북으로 가든지, 남쪽으로 가든지, 지옥으로 가든지, 하여간 그 신호에는 어떤 이유가 반드시 있을 거야. 그러나 그를 봐. 발판에 서서 바퀴처럼 코트를 돌리고 있어. 저 얼간이!”

“사람들이 더 몰려오고 있어.”

“이제 군중이 되었어. 저것 봐! 저것은 배가 아니잖아?”

“어디? 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 배가 아니야.”

“그 사람은 아직도 코트를 흔들고 있어.”

“그는 우리가 그 짓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왜 멈추지 않지? 아무 뜻도 모르겠는데.”

“나도 몰라. 북쪽으로 가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해. 어떤 곳인가 구조소가 있음에 틀림없어.”

“저런, 피곤하지도 않나 봐. 흔들고 있는 것 좀 봐.”

쟤는 언제까지 저 짓을 할 수 있을까? 쟤는 우리의 이 광경을 포착한 이래 줄곧 코트를 흔들고 있어. 쟤는 바보야. 저들은 왜 구명정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지? 낚싯배… 좀 큰 범선은 예까지 충분히 올 수 있을 텐데. 쟤는 왜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거지?

“오, 이제 알겠다.”

“저들이 지금 우리를 발견했으니까, 곧 배를 보내올 거야.”

옅은 황색이 낮은 육지 너머의 하늘로 드리워졌다. 바다위의 그림자는 서서히 짙어졌다. 바람은 그림자와 함께 추위를 가져왔고, 사람들은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이런!” 누군가가 말했다.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는 목소리로, “우리가 바보 멍청이가 된다면! 우리가 여기서 밤새도록 허둥대고 있게 된다면!”

“오, 우린 밤새도록 여기에 있게 되지는 않을 거야! 염려 마. 저들이 지금 우릴 발견했으니까, 머지않아 우릴 구하러 올 거야.”

해안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코트를 흔들고 있는 사람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어둠은 승합마차와 군중마저 서서히 삼키기 시작했다. 옆에서 비말(飛沫)이 소란스럽게 달려들었을 때, 항해자들은 겁에 질렸으며, 욕쟁이로 낙인찍힌 사람처럼 마구 욕을 해댔다.

“난 코트를 흔들고 있던 그 얼간이에게 매달리고 싶어. 난 그에게 스며들고 있는 느낌이야, 별 이유도 없이.”

“왜? 그가 뭘 했는데?”

“오, 아무 짓도 안 했어. 허지만 젠장 그런 느낌이야.”

그 동안에 급유담당자는 노를 저었고, 다음에 특파원이 저었으며, 다시 급유담당자가 저었다. 잿빛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그들은 기계적으로 번갈아 가며 납빛 노를 바쁘게 저었다. 등대의 모습은 남쪽 수평선으로 사라졌지만, 드디어 바다로부터 어슴푸레하게 별들이 떠올랐다. 서쪽의 샛노란 줄무늬는 서서히 어둠 속으로 지고 있었다. 동쪽 바다는 이미 어둠이 되어버렸다. 육지는 사라졌고, 음산하게 으르렁거리는 쇄파의 낮은 소리로만 그것을 느낄 뿐이었다.

“만약 내가 빠져 죽는다면…, 만약 내가 빠져 죽는다면…, 만약 내가 빠져 죽는다면…, 바다를 지배하는 일곱 명의 미친 신들은, 왜 나를 이렇게 멀리 오게 하고, 모래밭과 숲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게 했을까? 왜 내가 신성한 목숨에 구멍이 난 것처럼 코뚜레가 달린 것처럼 질질 끌려온 것일까?”

물주머니 위에서 쳐진 채 환자 선장은 때때로 노잡이에게 지시했다.

“뱃머리를 올려! 뱃머리를 올려!”

“뱃머리를 올려요, 선장님.” 그 목소리는 지쳐있었고 낮은 것이었다.

이제 확실하게 깊은 밤이 되었다. 노잡이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은 무겁게 그리고 노곤하게 배의 바닥에 누워있었다. 노잡이에 관한 한 그의 눈은, 오르가슴에 이르렀을 때 지르는 여자의 괴성 같은 물마루의 그 소리를 제외하고, 매우 불길한 침묵 속에서 휙휙 지나가는 높고 검은 파도를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요리사의 머리는 배의 널빤지 위에 있었고, 그는 코밑의 물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다른 생각에 깊이 빠져 있었다. 드디어 그가 입을 열었다. “빌리.” 꿈결처럼 중얼거렸다. “자넨 어떤 파이를 제일 좋아해?”

 

V

“파이.” 급유담당자와 특파원이 흥분하여 말했다. “그런 것 말하지 마, 젠장!”

“알았어.” 요리사가 말했다. “방금 난 햄 샌드위치를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조각배에서의 밤은 길었다. 마침내 칠흑 같은 밤이 되었다. 남쪽 바다에서 떠오르고 있는 빛은 황금색으로 변했다. 북쪽 수평선에 나타난 새로운 빛, 그 작고 푸른빛이 바다의 모서리에서 번쩍거렸다. 이 두 빛은 세계의 세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파도일 뿐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선미에 쑤셔 박혀 있었으며, 그들의 간격은 이 볼품없는 배 안에서는 더 없이 근사한 것이었는데, 왜냐하면 노잡이가 동료의 가랑이에 발을 밀어 넣음으로써 조금이나마 발이 따뜻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정강이는 선장의 발에 닿을 때까지 뻗어 노 젓는 자리를 확장시켰다. 때때로 녹초가 된 노잡이의 진력(盡力)에도 불구하고, 파도는 배안으로 파일링 업해 오는 것이었으며, 밤의 얼음같이 찬 파도와 그 파도의 냉기가 다시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비틀었으며, 다시 한 번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반면에 배 안의 물은 배가 요동침으로써 꼴딱꼴딱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급유담당자와 특파원의 계획은 한 사람이 녹초가 될 때까지 노를 젓는 것이었으며, 그때 배 바닥의 고인 바닷물 속에 웅크리고 누워 있는 다른 사람이 잠들지 않도록 일깨우는 것이었다.

급유담당자는 그의 머리가 앞으로 떨어질 때까지 부지런히 노를 저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졸음이 그의 눈꺼풀을 덮게 했다. 그래도 그는 계속 노를 젓고 있었다. 그때 그는 배 바닥의 동료를 발로 건드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잠깐 교대해 주겠어?” 그가 힘없이 말했다.

“그럴게, 빌리.” 눈을 뜨고 노 젓는 자리까지 몸을 끌어가며 특파원이 말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자리를 바꿨으며, 요리사 곁의 바닷물 안에 웅크린 급유담당자는 곧바로 잠이 든 것 같았다.

바다의 이 특별한 폭력은 끝났다. 파도는 으르렁거림 없이 다가왔다. 노잡이들의 책임은 배를 잘 운항하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그들은 거대한 너울 쇄파의 낭떠러지로부터 배가 뒤집히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물마루가 덮쳤을 때 채워진 바닷물을 퍼내어 배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검은 파도는 고요했으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은 겨우 보일 뿐이었다. 가끔씩 어떤 파도는 노잡이가 알아차리기 전에 배의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다.

낮은 목소리로 특파원이 선장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강철 같이 강한 이 선장이 항상 깨어있는 것처럼 보였을지라도, 그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선장님, 약간 북쪽으로 저어 갈까요?”

여전히 근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좌현을 2포인트 벗어나 저어가게.”

요리사는 볼품없는 코르크로 만들어진 구명동의가 제공하는 온기를 더 많이 얻기 위하여 그의 몸을 이것으로 꽁꽁 묶었고, 노잡이가 노 젓기의 고역을 끝내자마자 끊임없이 그의 이를 딱딱 부딪치며 떨고 있을 때, 거의 스토브가 되어버린 그는 잠에 깊이 빠져 있었다.

노를 젓고 있던 특파원은 발밑에서 자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리사의 팔은 급유담당자의어깨에 걸쳐 있었고, 그들의 옷은 너덜너덜했으며 얼굴 또한 초췌했다. 그들은 동화책 속 숲속의 늙은 아기들이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진 그 모습을 한 바다의 아기들이었다.

특파원이 노 젓기로 인해 거의 녹초가 되었을 때, 갑자기 파도의 괴성이 들렸고, 물마루가 배안으로 포효와 함께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은 요리사가 구명동의와 함께 둥둥 떠서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는 기이한 광경을 만들었다. 요리사는 그래도 계속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급유담당자는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 추위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오, 미안해, 빌리.” 특파원이 말했다.

“괜찮아, 친구.” 급유담당자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누워 잠이 들었다.

선장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 같았고, 특파원은 그가 모든 대양 위에 떠있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바람은 파도를 엄습하는 것 같은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소리는 그 결말의 비명보다 더 슬프게 들렸다.

선미로 길게 휙휙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파란 불꽃같이 번쩍이는 인광(燐光)의 항적(航跡)은 검은 파도 위에 고랑을 만들었다. 그것은 거대한 칼로 도려낸 것 같았다.

그때 정적이 감돌았고, 특파원은 입을 벌린 채 숨을 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다시 휙휙 지나가는 파도소리와 함께 푸른빛의 섬광이 일어났고, 이때 그것은 배와 나란히 지나갔으며, 거의 노에 닿을 지경이었다. 특파원은 투명한 비말(飛沫)을 퍼붓는 그리고 길게 작열하는 항적을 남기고 있는, 파도의 그림자 같은 그 빠르고 거대한 지느러미를 보고 있었다.

특파원은 어깨 너머의 뒤로 선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가려져 있었고, 그는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바다의 늙은 아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히 잠이 들어 있었다. 따라서 그는 평정심을 잃고 옆으로 약간 상채를 구부린 친 채 바다를 향해 조용히 하느님의 이름을 내대며 욕을 했다.

그러나 그 미지의 사물은 배의 근처에 머물러있지 않았다. 선두 또는 선미, 왼쪽 또는 오른쪽, 시간의 긴 간격 또는 짧은 간격을 두고, 길게 번개가 번쩍번쩍했다가 사라졌고, 거기서 검은 지느러미의 윙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미지의 사물의 속도와 힘은 대단히 놀라운 것이었다. 그것은 거대하고 날카로운 발사체처럼 파도를 잘라버렸다.

이 살아있는 사물의 유령(The presence)은 그가 유람객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 공포 정도로 사람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바다를 멍청하게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하느님의 이름을 내대며 욕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는 우연히 동료 가운데 한 사람이 깨서 그와 그 유령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러나 선장은 물주머니 위에 꼼짝 않고 매달려 있었으며, 배 바닥의 급유담당자와 요리사는 잠속에 빠져있었다.

 

VI

“만약 내가 빠져 죽는다면…, 만약 내가 빠져 죽는다면…, 만약 내가 빠져 죽는다면…, 바다를 지배하는 일곱 명의 미친 신들은, 왜 나를 이렇게 멀리 오게 하고, 모래밭과 숲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게 했을까?”

이 불길한 밤, 남자는 그를 빠져 죽게 한 일곱 명의 미친 신들의 의도가 사실이었다고 결론을 내릴는지도 모른다. 언어도단의 그 부당행위에 분노할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매우 열심히, 매우 열심히 일하며 살아온 사람을 빠져 죽게 한 그 행위가 분명히 부당했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는 그것이 가장 사악한 범죄일는지 모른다고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죽은 이유는, 갤리선들(galleys; 옛날 노예나 죄수들에게 젓게 한 돛배)이 돛으로 장식하고 떼 지어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그리고 자연은 그에게 내린 처분에 의해 우주가 망가진 것이 아닐 것이라고 느꼈을 때, 그는 먼저 신전에 벽돌을 던지고 싶었을 것이지만, 바다에는 벽돌도 존재하지 않고 신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사실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증오했는지도 모른다. 자연의 명백한 표현-그 부당행위는 그의 야유로 되게 얻어맞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때 만약 그가 느끼고 있는 그 윙윙 소리가 나는 것이 실재의 확실한 사물이 아니라고 한다면, 원망(願望)은 전지전능의 회신과 직면하여, 기원하며,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애원하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요, 그러나 전 저 자신을 사랑합니다.”

겨울밤의 몹시 싸늘한 별빛은 그가 미지의 사물이 그에게 말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 무언의 말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처한 사태의 파토스(pathos)를 알고 있다.

볼품없는 배안의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토론하지 않았지만, 그것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으며, 침묵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각자의 이 특별한 생각을 스스로 만들어 갖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피로로 인해 거의 표정이 없었다. 노 젓는 일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말을 할 여유가 없었다.

정동(情動)의 음조를 울리며, 한 소절의 시가 신기하게 특파원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이 시를 잊고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것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알제에 누워있는 병사,

거기에는 간호사도 없었고,

여인의 눈물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동료가 서있었고, 그는 동료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내 자신의, 내 조국의 땅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거야.”

 

어렸을 때, 특파원은 알제에서 한 병사가 죽어가며 누워있는 그 진상을 알게 되었지만, 그는 그 진상을 결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많은 학교친구들이 그에게 그 병사의 곤경에 대해 알려주었지만, 그 말들은 그의 완벽한 무관심으로 인하여 소음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그는 한 병사가 알제에서 죽어가며 누워있다고 하는 것을 그의 관심사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며, 그에게 비탄의 사건으로도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그에게 연필심이 부러진 것보다도 못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진기하게도 그에게 동정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시인이 벽난로 앞에서 차를 마시며 발을 따뜻하게 하는 있는 동안, 그의 가슴속에 일어나고 있는 단지 얼마간의 진통의 심상에 지나지 않는, 그러한 사건이 아니었다.

특파원은 그 병사를 마음속에 똑똑히 그리고 있다. 그는 아직도 발을 길게 뻗고 모래밭에 누워있었다. 그의 창백한 왼쪽 팔이 목숨의 부지(扶持)를 훼방하며 가슴 위에 얹혀 있는 동안,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머나 먼 알제리아의, 사각형의 낮은 도시는 마지막 저녁놀의 색깔로 칠해진 하늘의 반대쪽에 있었다. 부지런히 노를 저으며 그 병사의 입술이 서서히 움직이는 그 동작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특파원은 마음의 심연에 빠진 채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알제에서 죽어가며 누워있는 병사를 가엾게 생각하고 있었다.

배를 따라다니던 그리고 기다리던 그 미지의 사물은 그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상상하도록 만들었었다. 그러나 그것은 파도를 가르는 그 내리침의 소리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으며, 뒤로 길게 늘어진 항적의 불꽃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북쪽의 빛은 아직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것은 보아하니 배에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때때로 쇄파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특파원의 귀속에 울렸고, 그때 그는 배를 난바다 쪽으로 돌렸다. 남쪽에서, 어떤 사람이 해변에서 분명히 모닥불을 지피고 있었다. 그것은 보기보다 너무 낮게 그리고 너무 멀리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의 뒤쪽 절벽에 반사되어 장밋빛으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배에서 식별될 수 있는 것이었다. 바람이 더 강하게 불었다. 때때로 파도가 갑자기 쿠거(퓨마)처럼 사납게 날뛰었으며, 부서진 물마루의 번쩍임과 섬광이 보였다.

뱃머리의 선장은 물주머니 위에 꼿꼿이 앉아 있었다. “꽤 긴 밤이로군.” 그는 특파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해안을 바라보았다. “구조대원들은 그들의 순번이 있어.”

“주변에 상어가 놀고 있는 걸 봤어?”

“예, 상어를 봤어요. 굉장히 큰 놈이었어요.”

“난 자네들이 깨어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특파원이 배 바닥을 향해 말했다.

“빌리!” 서서히 교대할 순차가 되었던 것이다. “빌리, 교대해 주겠어?”

“그래.” 급유담당자가 말했다.

특파원은 배 바닥의 차갑고 푹신한 바닷물에 몸이 닿자마자, 그리고 깊이 잠들어 있는 요리사의 구명동의를 집어 급히 걸쳐 입자마자, 이를 딱딱거리며 떨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깊이 든 단잠은 빌리가 기진맥진한 최후의 단계를 드러낸 어조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기 전의 단지 한 찰나일 뿐이었다. “교대해 주겠어?”

“그래, 빌리”

북쪽의 빛은 신기하게도 사라졌다. 특파원은 잠이 확 깨버린 선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밤이 지나가는 동안 그들은 배를 멀리 난바다로 저어갔고, 선장은 요리사에게 선미에서 노를 저어 난바다로 더 나아가라고 지시했다. 그는 만약 쇄파의 천둥소리가 들리면 큰 소리로 우리를 깨우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는 급유담당자와 특파원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우린 이 친구들에게 다시 유령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거야.” 선장이 말했다. 그들은 덜덜 떨며 수다를 떨다가 웅크리고 누워 다시 한 번 깊은 잠속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요리사에게 그들이 본 상어와 같은 상어를 보도록 남겨놓았는지, 아니면 다른 상어 떼를 보도록 남겨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

배가 파도 위에서 만취한 것처럼 흥청거릴 때, 비말(飛沫)은 가끔 배 옆구리에 부딪쳤고, 그들을 다시 흠뻑 젖게 했지만, 그들의 휴식을 깨뜨릴 만큼 힘이 센 것은 아니었다. 바람과 파도의 불길한 내리침은 아기가 엄마에게 영향을 주는 것 같은 정도로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친구들.” 마지못해 작은 목소리로 요리사가 말했다. “배가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아. 너희들 중 한 사람이 배를 더 멀리 난바다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떨어질 듯 꼭대기에 매달렸던 물마루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듣고, 특파원이 번쩍 눈을 떴다.

그가 노를 젓고 있을 때, 선장은 그에게 물에 탄 위스키 한 모금을 주었다. 이것이 한기를 가라앉게 했다. “만약 내가 해안에 가게 된다면,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나의 이 노잡이의 모습을 찍어 그 사진을 보여준다면…”

마침내 짧은 대화가 오고갔다.

“빌리, 빌리, 교대해 주겠어?”

“그래,” 급유담당자가 말했다.

 

VII

특파원이 눈을 떴을 때, 바다와 하늘은 동이 틀 무렵이었으며 잿빛이었다. 나중에 바닷물은 진홍색과 황금색(carmine and gold)으로 칠해졌다. 드디어 아침은 새파란 하늘과 함께 황홀하게 나타났다. 햇빛은 파도 위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멀리 해변의 사구(砂丘) 위에는 작고 검은 오두막들이 모여 있었다. 하얀 풍차도 그 위에 우뚝 솟아있었다. 해변에는 사람도 개도 자전거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마을은 황량한 오두막들뿐이었다.

항해자들은 해안을 훑어보았다. 배 안에서 회의가 열렸다. “그래.” 선장이 말했다. “만약 구조대원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쇄파를 거슬러 헤엄쳐 가는 것이 좋을 거야. 만약 우리가 여기서 너무 오래 지체한다면,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고 말 거야.” 다른 사람들은 선장의 이러한 추리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배는 해변을 향하고 있었다. 특파원은 왜 풍차에 올라가는 사람이 없는지, 그리고 왜 바다 쪽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없는지 궁금했다. 그 풍차는 동화책 속의 곤경에 처한 개미의 뒤에 서있는 거인과 같았다. 그것은 바람 속의 개인-자연의, 그리고 인간의 상상력 속의 자연의, 그 투쟁 속에서 조우하게 된 자연의 의연함을 특파원에게 어느 정도 말해주는 것이었다. 따라서 자연은 그에게 인정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믿을 수 없는 것도 아니었고, 지혜로운 것도 아니었고, 무자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자연은 냉담한, 단호히 냉담한 것일 뿐이었다. 자연은 아마 우주의 무관심이 명기(銘記)된 이러한 상황 속의 인간으로 하여금 삶의 수많은 결점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마음속으로, 또 다른 기회를 바라는 소망으로 얄궂게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그럴 듯하게 그에게 언급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 언급의 옳고 그름의 차이는 종말(죽음)에 대한 이 새로운 무지를 지극히 분명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그는 그의 말과 행동을 고칠 수 있는, 음악을 듣거나 차를 마시며 마음이 밝아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 미루어 추측하고 있는 것이다.

“여보게들, 지금…” “배가 정말 참몰하고 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한 배를 움직이게 하는 거야. 그리고 배가 침몰하였을 때, 우르르 뛰어나와 해변으로 헤엄쳐가는 거야. 지금부터 침착해야 해. 그리고 배가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뛰어내리지 마.”

급유담당자가 노를 잡았다. 어깨 너머로 그는 쇄파를 훑어보았다. “선장님.” 그가 말했다. “난 뱃머리를 난바다로 돌렸다가 다시 되돌려 안으로 회항(回航)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좋아, 빌리.” 선장이 말했다. “다시 되돌려 안으로.” 급유담당자는 배를 빙 돌리고 난 후에 선미에 앉았다. 요리사와 특파원은 쓸쓸하고 무심한 해안을 어깨 너머 뒤로 찬찬히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해안의 거대한 너울의 쇄파는 그들이 경사진 해변으로 질주하는 파도의 하얀 시트를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배를 높이 들어올렸다. “우리는 아주 가까이 가지는 못할 거야.” 선장이 말했다. 한 사람이 쇄파의 너울로 인해 시선이 뒤틀릴 때마다, 해안 쪽을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이렇게 응시하는 동안 그 눈의 표정 속에는 단 한 가지의 속성만 들어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그 교감은 그들이 두렵지 않다고 하는 것이었으며, 그 외의 그들의 눈짓 속에 꽉 찬 의미는 모두 감춰져 있었다.

그 자신에 관한 한, 그는 눈짓 속에 많은 의미가 감춰져 있다고 하는 그 사실을 완전히 파악하기에는 너무 지쳐있었다. 그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려고 시도했지만, 그 순간 마음은 지친 근육에 의해 지배를 받는 것이었다. 근육도 그 자신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근육은 배를 침몰시킬 경우 수치가 될 것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허둥대는 말도 없었고, 창백해짐도 없었고, 흥분함도 없었다. 그들은 해안을 주시할 뿐이었다. “자, 자네들이 뛰어내릴 때, 배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 선장이 말했다.

쇄파의 물마루가 갑자기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쏟아져 내렸다. 빗질하듯이 밀려오는 길고 하얀 물결이 으르렁거리며 배를 덮쳤다.

“자, 침착하게.” 선장이 말했다. 그들은 조용했다. 그들은 시선을 해안으로부터 천둥 같은 소리를 지르는 물마루로 돌리고, 기다렸다. 배는 물매를 기어오르며, 격렬한 물마루 위에 흘레붙듯이 올라타, 그 위에서 굴러대는 것이었다. 그리고 파도의 뒤로 빙빙 돌아내려갔다. 어떤 파도는 배 안으로 쏟아졌고, 요리사는 그것을 퍼냈다.

그러나 다시 물마루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뒹굴며 돌진하는 하얀 파도의 그 쇄도는 배를 엄습하고, 배를 거의 수직으로 만들어 빙글빙글 회전시키는 것이었다. 파도는 사방에서 떼 지어 몰려들었다. 이 순간 특파원은 뱃전에 손을 얹고 있었는데, 그곳에 파도가 들이닥쳤을 때, 그는 즉각 손을 뺐다. 마치 물에 젖는 것이 싫은 것처럼.

물이 찬 배는 비틀거리며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물을 퍼내! 요리사, 물을 퍼내.” 선장이 말했다.

“알았습니다, 선장님.” 요리사가 말했다.

“자, 여러분, 다음 차례는 우리가 할 일입니다.” 급유담당자가 말했다. “배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세요.”

세 번째 파도는 거대하고, 사납게, 무자비하게 몰아쳤다. 파도는 조각배를 정말 삼켜버렸고, 동시에 사람들은 바다 속으로 굴러 떨어졌다. 구명동의의 조각은 배의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배 밖으로 튕겨져 나올 때, 특파원은 왼손으로 이것을 가슴에 끌어안고 있었다.

1월의 바닷물은 차가웠다. 그가 플로리다의 해변에서 느끼리라고 기대했던 것보다 바닷물은 더 차가웠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동시에 느껴지게 됨으로써 마음이 얼떨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닷물의 냉기는 슬픔에 잠기게 했다. 그것은 비극이었다. 이 사실은 눈물에 대해 적당히 변명을 하는 것 같은 그 자신의 상황에 대한 그 자신의 판단과 함께 뒤섞이고 어지럽게 된 어떤 무엇이었다. 바닷물은 차가웠다.

그가 의식을 회복했을 때, 여전히 바다는 소란스러웠다. 그는 바다에 빠진 동료를 보았다. 급유담당자는 급류에 휩쓸리고 있었다. 그는 힘차게 그리고 급하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특파원과 떨어져서, 요리사의 크고 하얀 그리고 코르크로 만들어진 구명동의의 등은 바닷물로 인해 불룩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 뒤의 선장은 뒤집힌 배의 용골(龍骨)을 붙잡고 매달려 있었다.

거기에는 해안의 어떤 확고한 특성이 있었다. 특파원은 바다의 그 혼란 속에서도 그것이 궁금했다.

그것은 또한 매우 매혹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특파원은 곧 긴 고난의 여정 가운데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느긋하게 철벅거리며 손으로 물을 저었다. 구명동의의 조각은 발아래에 있었다. 때때로 그는 마치 썰매를 지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물매를 빙글빙글 돌아서 내려갔다.

드디어 그는 고난의 여정이었던 그 바다 한 가운데서 빠져나와 어떤 곳에 도착했다. 그는 그를 붙잡고 있었던 조류의 특징이 어떤 것인지 조사하기 위해 수영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곧 그만 두었다. 해안은 무대 위의 어떤 장면처럼 그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그것을 자세하게 살피고 있었다.

요리사가 그들을 지나쳐 좌측으로 아주 멀리 밀려가고 있을 때, 선장은 그를 부르고 있었다. “요리사, 뒤로 돌아! 뒤로 돌아, 노를 사용해.”

“알았어요, 선장님.” 요리사는 뒤로 돌아 노를 저으며, 마치 카누라도 탄 것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이내 용골(龍骨)을 한 손으로 붙잡고 달라붙어있는 선장의 배가 특파원의 좌측으로 지나갔다. 그것이 배에서 재주를 부리는 놀라운 곡예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그 자신의 머리를 판자울타리 너머로 내밀고 두리번거리는 사람처럼 나타난 것이었을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특파원은 선장이 아직도 용골을 붙잡을 수 있다는 그 사실을 매우 경이롭게 생각했다.

그들은 해안 가까이 통과하고 있었다. 급유담당자, 요리사, 선장…, 그리고 그들을 줄곧 따라다니고 있는 물주머니, 바다 위를 유쾌하게 통통 튀고 있는 그 물주머니도 함께 통과하고 있었다.

특파원은 생소하고 새로운 에너지…, 이 조류의 손아귀 안에 들어가 있었다. 모래의 하얀 경사면과 초록빛 절벽으로 만들어진, 작고 조용한 오두막과 함께 높이 솟아있는, 해안은 그 앞에 그림처럼 펼쳐졌다. 그 풍경은 그에게 매우 가까이 있었다. 그는 갤러리에서, 브르타뉴 또는 네덜란드의 어떤 풍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감동을 받았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빠져죽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사람은 아마 그 자신의 죽음이 자연의 마지막 현상이라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끝나자마자 그 맹렬한 조류는 그를 빙글빙글 돌려 조각배 밖으로 내동댕이쳤던 것이다. 그는 다시 해안 쪽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조각배의 용골을 한 손으로 붙잡고 붙어있는 선장이 해안 쪽으로 향하고 있던 그의 얼굴을 그 쪽으로 돌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선장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배 쪽으로 와! 배 쪽으로 와!”

선장과 배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그는 사람이 완전히 기진맥진했을 때, 익사는 사실 기분 좋은 최후의 방도임에, 상당한 부분의 구원이 수반된 적개심의 휴지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몇 달 동안 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사건은 당장의 고통에 대한 공포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이내 그는 해안을 따라 달리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그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옷을 벗었다. 코트, 바지, 셔츠, 모든 것이 마술처럼 벗겨졌다.

“배 쪽으로 와.” 선장이 외쳤다.

“알았어요, 선장님.” 손으로 노를 젓고 있는 동안, 특파원은 선장이 그를 배의 바닥에 눕혀놓고 배를 떠나는 것을 보았다. 그때 특파원은 항해의 놀라운 곡예를 연기했다. 거대한 파도가 그를 붙잡아 배 위로 최고의 속도로 완벽하게 그리고 배를 넘겨 아주 멀리 쉽게 내동댕이쳤다. 그때 파도는 그로 하여금 갑자기 곡예의 연기를 하게 만들었다. 그의 곡예는 바다의 진실한 불가사의의 기적이었다. 쇄파 속에서 뒤집힌 배는 헤엄치는 사람에게는 놀이 감이 아니었다.

물이 특파원의 허리까지 올라왔다. 그 상태는 한 순간도 서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저류가 그를 끌어당겼다.

그때 그는 달리면서 옷을 벗고 있는, 달리면서 옷을 벗고 있는 사람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았다. 그는 요리사를 해안으로 끌어냈다. 그러고 나서 선장 쪽으로 힘차게 헤엄쳐 갔다. 그러나 선장은 그에게 손을 휘저으며, 특파원에게 가라고 했다. 그는 겨울의 나목처럼 벌거벗고 있었다. 후광(後光)이 그의 머리 위에 있었다. 그는 성인처럼 빛을 발했다. 그는 특파원의 손에 강한 견인력과 오래 잡아당길 수 있는 힘을, 그리고 멋지게 솟구쳐 오르려고 하는 힘을 제공했다. 특파원은 인사치례로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친구.” 그러나 갑자기 그 사람이 소리쳤다. “저건 뭐야?” 그는 빠르게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특파원이 말했다. “가요!”

급유담당자가 얕은 물에 얼굴을 처박고 엎어져 있었다. 그의 이마는 파도가 들락거리는 모래바닥에 닿아있었다.

즉시 해변은 담요와 옷가지와 플라스크를 든 남자들과 커피포트를 든 여자들이 모여들어 붐볐다. 그들은 정성껏 그들을 치료했다. 바다에서 온 그들에 대한 육지인들의 환대는 따뜻하고 후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으로 해변에 옮겨졌던 것이며, 육지인들의 환대는 일상의 환대와는 다른 무덤의 불길한 환대일 뿐일 수도 있었다.

밤이 되었을 때, 하얀 파도는 달빛 속에서 천천히 이리저리 살랑거렸고, 바람은 해안 사람들에게 거대한 바다의 목소리를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그때 그들이 그 목소리의 해석자가 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2011. 12. 10. http://www.poemspace.net/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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