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맥문학 통권 220호, 2008. 12. 25)

 

메어리 로비슨(Mary Robison) / 주 근옥 역
  

바닷가 도시. 8월의 그믐이었고, 사람들은 허리케인 칼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돈은 우산 끝으로 장미꽃을 쿡쿡 찌르고 있는 찰리 넌과 같이 살고 있는 그 집의 밖에 있었다. 돈의 바지 자락은 이슬에 젖어있었다. 아침에 쿨럭이는 그의 기침병은 깊었으며, 기침을 되풀이함으로써 그는 허리를 곧추세웠고, 카디건으로 목을 부여잡았다.

찰리 넌은 현관의 낡은 흔들의자에 앉아있는 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아침신문을 펼쳐 들고 있었는데, 카키색의 옷 위에 스포츠 면이 펼쳐져 있었다. 두 사람은 예순 살이었다.

“기침소리가 좋지 않네.” 찰리가 말했다.

“알아.” 돈이 말했다. 그는 장미꽃을 찌르던 짓을 멈추고, 우산으로 잡초의 줄기를 철썩 후려쳤다.

집 앞의 모퉁이에 녹색 차가 멈췄다. 찰리는 차의 윈도우 안을 향해 얼굴을 끄덕였다. 차의 문이 열렸고, 돈의 전처 홀리가 나왔다. 그녀는 연녹색 드레스, 나일론, 그리고 악어가죽 구두 차림의 성장을 하고 있었는데, 한 손으론 밀짚모자를 잡고 있었다. 그녀는 집까지 깔려있는 자갈길로 다가왔다.

“어서 와요, 어서 와요, 홀리.” 찰리가 말했다. 그는 신문을 접고, 넓적다리 아래 밀어 넣었다. “앉아요.” 그가 말했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홀리가 말했다. “여기서 피아노를 점검해야 해요.” 그녀는 현관으로 걸어갔고, 손을 모자에서 엉덩이로 떨어뜨려 내렸다. 그녀는 찰리를 향해 웃었다.

“나는 그것을 오래전에 여기서 들어내 옮기지 못하고 방치했거든요.” 그녀가 말했다. “돈은 피아노를 못 쳐요. 그는 연주법을 배우지 못 했거든요.”

“그래요, 그는 못 쳐요.” 찰리가 말했다. “그러나 피아노는 이상 없습니다. 난 고기 냉장고 위에서 지냈거든요. 믿지 못 하겠지만. 난 그것을 위해 뼈대를 세웠고, 그래서 그것은 비에 젖어 뒤틀리지 않았습니다. 폴리에틸렌으로 덮었거든요.”

“고기 냉장고 위에서요?” 홀리가 말했다. “맙소사. 아무튼 멋진 사람이어요, 찰리. 정말 내 피아논 줄 알았어요?”

“그럴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찰리가 말했다. “난 누구의 소유였든지 간에 그 소유를 존중했거든요. 간밤에, 난 모든 것이 정말 보호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다짐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할 생각이셔요?” 홀리가 말했다. “당신네 두 사람은 허리케인을 피해 어디로 갈 생각이셔요?”

“모르겠습니다.” 찰리가 말했다. “이미 모든 사람들이 떠났을 겁니다.”

“그래요. 그들 대부분은 학교 교실에 머물고 있어요.” 홀리가 말했다. “그곳은 고지대여요.” 그녀는 돈을 돌아다보았다. “난 그가 여길 빠져나갈지 걱정이 돼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지금 뭘 하고 있어요?”

“박하사탕 같은 것을 빨고 있습니다.” 찰리 넌이 말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홀리가 말했다. 그녀는 한쪽 발의 구두로 다른 쪽을 구두를 가볍게 두드렸다.

“피아노를 보셔요.” 찰리가 말했다. 그는 미끄러져 내려와 문 앞에서 홀리의 손목을 이끌었다.

그들은 거실로 그리고 집 뒤의 작은 창고와 이어진 부엌으로 갔다. 찰리는 허리를 곧추 세우고 피아노를 향해 몸짓을 했다. 그것은 낮은 냉장고 위의 한 구석에 놓여 있었다. 슬레이트 뼈대 안에서, 그것은 플라스틱 덮개로 덮여 있었다.

“관처럼 보여요.” 홀리가 말했다. “괜찮아요. 아주 멋져요. 어머, 세상에―”

“난 물가의 어린애들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내 도움이 필요했거든요.” 찰리가 말했다.

“저것들은 뭐예요?” 홀리가 한 구석에 쌓인 어떤 널빤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캔버스로 놔 둔 겁니다." 홀리가 말했다. “내가 왜 그것을 안전하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돈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그는 독감에 걸려 그림을 못 그렸거든요.”

“그가 그림을 못 그렸어요?” 홀리가 말했다.

“그래요.”

“음.”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신혼 때 그가 내게 그림을 그려 주었던 바로 그때를 당신은 아실 거예요. ―오,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뒤돌아보니 그가 어떤 저명인사로서의 친구가 되었네요.”

찰리는 거실로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오, 맙소사, 저것 봐요.” 홀리가 말했다. “그가 오일 뚜껑을 벗겨놨어요. 모두 응고됐네요.” 그녀는 물감 튜브가 열려 있는 금속 쟁반에 물감을 점점이 흩뿌려 놓은 방 한 구석의 돈의 그림 책상을 넘어갔다.

“어쨌든 난 이 말라있는 캔버스를 좋아합니다.” 침상에 팔을 반쯤 걸치고 찰리가 말했다. “캔버스들은 그림을 그렸거든요.”

“그들은 14피트의 파도를 예보했어요.” 홀리가 말했다.

“그 말을 들었어요.” 그가 말했다. “만약 우리가 홍수로 집을 잃었다면, 난 우선 캔버스를 타고 하느님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을 겁니다. 난 액자틀과 함께 캔버스를 잘라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것은 검은 오크나무였거든요. 흰색으로 만들어져 그 크기대로인 그것은 독일에서 수입하고 일본에서 수입한 아교로 접착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침상을 떠나 작은 방으로 건너갔다. “당신에게 어떤 것을 보여드릴 게요. 이것은 무척 화나게 만듭니다.” 그는 그의 어깨 너머로 말했다. 그는 무릎을 구부리고 작은 방 마루의 어떤 보관소 가리개 사이에서 사각의 삽화 판지를 조심스레 꺼냈다.

찰리는 그 삽화 판지를 홀리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지느러미가 달린 폭탄이 일렬로 떨어지고 있는 전투기의 어린 시절에 보았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폭탄 아래에는 펠리컨의 연필 소묘가 있었다.

“이 부분을 보고 있습니까?” 찰리가 집게손가락의 끝으로 원을 그리며 말했다. “완벽한 깃털,” 그는 말했다. “그것으로 먹을 것을 살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이 경제적으로 아주 안 좋았군요?” 홀리가 말했다.

찰리가 말했다. “난 교사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교사였어요? 금시초문인 걸요.” 홀리가 말했다.

“그래요. 난 중학교에서 23년 동안 상업을 가르쳤습니다.”

“이 중학교에서? 그때 당신은 여기 출신이었어요.”

“오, 그래요.” 찰리가 말했다. “우리 아버진 해안 경비대 소속이었습니다. 우리 어머닌 아직 살아계십니다. 선창가에서 살고 계십니다. 아버지가 광풍 속을 뚫고 필라델피아까지 어머니를 벌써 대피시켰다고 하는 소리를 난 어떤 사람에게서 들었습니다. 아마 조카딸이었을 겁니다.”

돈이 손 가득 박하사탕을 들고 거실로 들어왔다.

“무섭지 않아?” 그가 홀리에게 말했다.

“그래요, 무섭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몸이 몹시 지쳐있군요.”

“어쩌면 해변에 내려앉은 연과 같은지도 몰라.” 돈이 말했다. “이미 몹시 거친 바람을 맞았어.” 그는 안락의자의 자리에 박하사탕을 떨어뜨렸다.

“14피트의 파도?” 홀리가 말했다. “그거 얼마나 멋져요?”

돈은 우산 끝으로 홀리의 모자를 가리켰다. “모자 위에 있는 게 뭐야?” 그가 말했다.

홀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가 말했다. “필라델피아에 가는 길이예요, 돈. 난 메어리 파울의 집에 있을 거예요.” 그리고 찰리를 향해 말했다. “아마 당신의 어머니를 뵐는지도 몰라요.”

“그럴는지도 모르죠.” 구두 바닥을 흔들며 찰리가 말했다.

“안녕히 계세요, 찰리.” 도어를 밀며 홀리가 말했다.

“잘 가, 홀리” 돈이 말했다.

“그래요, 잘 있어요, 돈.” 홀리가 말했다.

“난 맘에 걸리네.” 뒤이어 찰리가 말했다. 그와 돈은 거실에 있었다.

“바람 쐬러 나가지.” 돈이 말했다.

찰리는 침상에서 눈살을 찌푸렸는데, 그것은 그가 지하실에서 방금 가져온 마분지 상자와 함께 쌓여 있었다. 그는 뒤의 거실 양탄자 위에 내려앉았다. 그는 오른쪽 허리에 왼쪽 손가락을 얹고 시계와 반대 방향의 맥박소리를 들으려고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돈은 바지와 스웨터 대신 샌들과 목욕할 때 입는 실내복으로 바꿔 입고 있었다. 그는 안락의자에 앉아 진 술병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무릎 위에는 작은 치즈 조각이 있었다.

“이곳의 공기가 아주 안 좋아 날 우울하게 만들어.” 그가 말했다.

찰리는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고, 맥박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내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떤 재는 수염을 깍지 않은 그의 턱에 떨어졌다.

돈은 의자 옆의 테이블에 있는 전기 팬의 스위치를 짤깍 켰다. 그 팬은 찰리의 몸을 감싸고 있는 담배연기를 가르며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체스?” 돈이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한 게임 어때?”

찰리는 그의 배 위에 있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그는 문득 시계를 보았다. “아니야, 체스를 하고 싶지 않아.” 그가 말했다. “난 그보다 진짜 더 좋은 느낌을 원해.”

“자넨 먹고 싶을 거야. 먹을 것을 얻는 것이 더 좋을 뿐이야. 자네가 여기서 보고 있는 것은 그것뿐이니까. 하마터면 깜빡 할 뻔했어.” 돈은 팬을 짤깍 껐다.

“자넨 아직도 치즈 껍데기를 먹고 있어.” 찰리가 말했다.

밖에선 일진의 광풍이 있었고, 거실의 커튼은 창턱을 향해 소용돌이쳤다. “자네 밖을 좀 보게.” 돈이 말했다. “여기서부터 하늘이 다갈색 같이 보여.”

찰리가 그의 배를 비볐다.

“내가 지난밤에 만들었던 것을 자네에게 보여줄게.” 돈이 말했다. 그는 일어나 찰리를 지나 작은 방까지 걸어갔다. 그는 쇼핑백을 가져와 찰리의 머리 곁 양탄자 위에 놓았다.

“여기 봐.” 돈이 말했다. 그는 가방에서 6개의 연을 꺼냈다. 그 연은 얇은 고급종이로, 벽오동 나무 조각으로, 그리고 삼실로 만들어졌고, 밝은 원색의 포스터물감으로 장식되었다.

“이건 깃발 같아.” 찰리가 말했다. “미리 노트북에서 각각 하나씩 그렸지.” 돈이 말했다. “그들에게 타이틀을 붙였어. 이것은 ‘혜성’이라고 하고, 저것은 ‘고래’라고 하고.” 그는 오렌지색 빗줄짜임의 작은 조각과 함께 푸른색과 노란색의 연을 보여주었다.

“그래, 어쩌려고?” 찰리가 말했다.

“이건 ‘허풍장이”고.” 연을 찰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잠간 기다려.” 그는 두 손에 연을 들고 방을 건넜다.

“난 어떤 곳도 갈 수 없어.” 찰리가 말했다.

돈은 거실 창문의 한쪽으로 빛이 그들에게 들어오고 있는 그곳의 소파 위의 상자에 연을 기대어 놓았다. “이것은 버금가는 거야.” 벽에 세우며 그가 말했다. “‘나의 미녀,’ 그리고 ‘달’이라고.”

“좋아, 좋아.” 찰리가 말했다. “으뜸을 보자.”

“이것은―‘붉은 해오라기.’” 돈이 말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그는 찰리의 머리 위의 바구니에서 마지막 연을 꺼냈다. “봤지?” 연의 중심에 등사된 형상을 만지며 그가 말했다. “새야.”

“자넨 왜 시내의 재크에게 연들을 보내지 않나?” 돈이 마지막 연을 들었을 때 찰리가 말했다. “그에게서는 내가 보장받을 화랑도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어.”

“난 재크와 단절했어.” 돈이 말했다. “연들을 일진의 광풍에 날려 보내고 싶어.”

“그럴 리가.” 찰리가 말했다.

“왜 못 할 것 같아?”

“난 이 마루방을 벗어날 수 없어.” 찰리가 말했다. “뜨거운 목욕물을 얻지 못하는 한, 난 턱수염도 깎을 수 없어.”

돈은 연을 집어 쇼핑백 안에 하나씩 넣었다. 그는 안락의자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다시 팬을 켰다.

“홀리는 자네의 기름투성이 개밥 같은 음식에 쇼크를 받았을 거야.” 얼마 후 찰리가 말했다.

“오, 그렇게 말하지 마.” 돈이 말했다. “홀리! 그녀의 영혼은 날 낙담시키고 있지.”

“난 자네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몰라.” 찰리가 말했다. “그녀가 바라는 모든 것은 자네가 가끔씩 그림을 그려 보여주는 것이야.”

“난 그림 그리는 것이 정말 싫었어.” 돈이 말했다.

찰리는 마루 위에 모로 돌아누워 손바닥으로 머리를 떠받쳤다. “그 팬을 꺼 주겠어? 난 들을 수 없어.” 그가 말했다. “자넨 모델이 있었을 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 특히 그 어떤 모델.”

팬은 스스로 어중간히 조용해졌다. 그리고 냉각장치로부터 나오는 소음도 멈췄다.

“우와,” 찰리가 말했다. “그것은 역시 물이 뜨거워졌다는 의미지.” 그는 양탄자를 걷어내고 창문 쪽으로 갔다. 그리고 커튼을 뒤로 잡고 섰다. “훌륭한 일일 것 같아.” 그가 말했다. “만약 내가 낡은 침대시트를 쭉 찢어낸다면, 현관 지붕으로부터 얼마나 날 수 있을까? 꼬리를 뜻하는 거야. 자넨 거기서 내리고 싶고, 또 내리려고 하겠지?”

“난 그럴 거야.” 돈이 말했다.

 

당신의 것들(Yours)_Mary Robison / 주근옥 역

 

Mary Robison

 

메어리 로비슨(Mary Robison (1949~ ): 워싱톤 출생. 미국의 소설가. 그녀는 단편소설 선집과 3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그녀는 에이미 헴펠(Amy Hempel)과 레이몬드 카버(Raymond Carver)와 함께 미니멀리스트로 분류된다. 그녀는 특허변호사이며 아동심리학자이다. 어려서 그녀는 아동보호잡지 등에 글쓰기를 좋아했으며, 10대에는 시를 썼다. 한때 그녀는 집을 떠나 잭 케루악(Jack Kerouac)을 연구하기 위하여 여행했었다. 1977년, 뉴요커들은 단편소설 “자매들”을 포함한 작품집을 출판하기 시작했다. 24편의 단편소설을 출판한 이래, 그들은 다른 미국 소설가들과 함께 여러 번 재판했다. 1980년대에 그녀는 장편소설 “오(Oh)”를 출판했으며, 아마추어 가이드로서의 단편소설선집 “밤(1983)”과 “그들을 믿어라(1988)”를 출판했다. 1990년, 그녀는 엄격한 작가의 블록으로부터 방치되어 시련을 받았으며, 그것을 극복한 결과, 그녀는 천 장이나 되는 색인 카드의 생각을 갈겨쓰게 되었다. 이러한 카드는 536개의 작은 장이 존재하는 장편소설이 되는데 작용했다. 그녀는 존 바스(John Barth)와 함께 공부했던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으로부터 MA를 수여 받았다. 그녀는 여러 대학에서 가르쳤고, 지금은 플로리다 대학의 종신교수가 되었다. 현재 “1 그리고 도착시 이미 사망한 1(1 DOA[dead on arrival], 1)”을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