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밭에서(Among the Roses)

 

도리스 레싱(Doris May Lessing) / 서숙 역

 

따뜻한 토요일 오후의 리젠트 공원, 해로우에서 온 중년 부인 마이러가 장미 전문 서적을 가방에 넣고 장미밭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갔다. 이 년 전 이 정원에서 감동을 받아 그녀는 ‘오직 기쁨’ 이라는 장미를 샀다. 이 매혹적인 장미는 잘 자랐다. 그래서 그녀는 또 다른 장미를 고를 참이었다.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었다. 장미들 사이를 거닐며 “너를 고를게. 아니, 너… 아니, 글쎄….”라고 결정하는 것. 그 여자는 벌써 한 바퀴 돌았다. 장식용 철문에 금색 칠을 한 아름다운 정문에서 호수를 지나 오른쪽으로, 메리 여왕의 장미 가든을 가로 질러, 그리고 잔디밭가 덤불을 지나 왼쪽으로, 거기서 샘터로 이어지는 긴 길을 건너 다시 왼쪽 카페 옆으로, 그러고 나서 목적지인 매혹적인 꽃밭 사이로, 호수의 한쪽에는 버드나무들이 또 다른 쪽에는 장미밭이 있었고 호수에는 새들이 떠 있었다. 지금 여자는 다시 한 바퀴 돌아보려고 한다.

여자는 출발하려다가 앞을 응시하며 다시 멈췄다. 앞쪽으로 스무 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그녀에게 들을 보인 채 키 큰 젊은 여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 여자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눈에 거슬리는 진홍과 노란색이 섞인 드레스를 입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드레스는 너무 꽉 끼었고 큰 엉덩이와 돌출된 어깨 때문에 둔하면서도 마른 몸매가 두드러져 보였다. 마이러는 곧 너무도 익숙한 고통을 느꼈다. 그녀는 그 고통이 그런 몸에 그런 드레스를 입는 대책 없음 때문에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운이 좋다면 그녀는 몸을 돌리지 않을 것이었다. 마이러는 만일 이 여자가 몸을 돌려 그 대담하고 진하게 화장한 얼굴을 보여준다면, 자신은 불만에 찬 표정을 보게 될 것임을 정확하게 알았다. 이 여자는 그녀의 딸, 그녀가 삼 년 동안 보지 못한 셜리였다.

그녀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절대 그녀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꽃밭은 전혀 그녀의 취향이 아니었다. 혼자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셜리는 절대로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혼자 있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마이러는 딸과 보조를 맞추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셜리는 천천히 장미들을 보면서 걷고 있었다. 끝없는 경이로움! 그리고 그때 마이러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녀는 예상할 수 있는, 그럴 법한 행동에 조그맣게 탄성을 질렀다. 셜리는 주머니에서 작은 가위를 살짝 꺼내더니 긴 줄기 끝에 달린 장미 한 송이를 잘랐다. 그녀는 누가 자신을 눈여겨보지는 않는지 알기 위해 주위를 훑어보지도 않았다. 마이러 말고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엉덩이와 등에는 그녀 특유의 무뚝뚝한 반항심이 배어 있었다. 아, 넌 변하지 않았구나. 마이러는 소리 없이 셜리에게 말했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애는 아마 변했을 거야. 변한 게 틀림없어! 왜냐하면 장미를 자른 것은 화분에 심어 뿌리를 내리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왜 그렇게 믿는지 알지 못했다. 셜리가 정원을 가꾸다니! 있을 법이나 한 일인가?

삼 년 전 그들은 마이러의 정원에서 싸운 적이 있었다. 셜리는 자기 엄마와 싸우려고 벼르고 온 거였다. 그녀는 비 오는 정원에서 마이러가 장화를 신고 방수 모자를 쓰고 4월의 정원을 손질하고 있는 순간을 택했다. 그리고 엉덩이에 두 손을 얹고는 엄마는 장미 외에는 아무에게도 관심 없는 지루하고 추레한 늙은이라고 말했다. 만일 그녀 자신이, 셜리가, 엄마처럼 끝장날 거라고 생각하면 그러면…. 그녀의 말은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그동안 마이러는 그저 서서 듣고 있었다. 셜리는 두 손을 엉덩이에 얹고 짧고 흉한 드레스 아래고 커다란 무릎을 내놓고 분노로 얼굴이 검붉어진 채 거기 서 있었다. 그녀는 딸이 아주 형편없는 여자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무언가 할 말을 생각하려 애쓰는 동안 비는 마이러 주변을 온통 적시며 튀었다. 그런데 그때 셜리가 저벅거리며 정원에서 나가더니 문을 꽝 닫고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마이러는 그 일이 있은 뒤 연락을 해보려 하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애를 만나지 않아도 되는 구실이 있어서 기뻤다. 여자는 또 다른 딸, 린다를 예뻐했다. 린다야말로 그녀의 진정한 딸이었다. 셜리는 태어날 때부터 골칫덩어리일 뿐이었다. 그 애를 위해서 한 일은 모두 어긋나 버렸고 그 애가 한 일치고 성공한 것이 없었다. 학교 다닐 때는 영리했지만 게을렀고 선생님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애는 시험도 치지 않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계속 일자리를 얻었지만 그녀에게 맞는 일이라고는 없었다. 그녀는 열아홉 살에 결혼했다. 마이러는 딸이 그를 삼켜버릴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애는 첫날 밤 그를 저녁으로 먹을 거예요!” 그녀는 남편에게 말했다.) 그러나 셜리는 이 남자를 떠나 또다시 결혼했다. 그녀는 그 남자야말로 진짜 강한 남자이며 받는 것만큼 주기도 하는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남자라고 말했다. 그는 건축 자재 도매상이었고 돈을 잘 벌었다. 휴가로 셜리를 스페인에 데리고 갔고 옷도 사주었다. 마이러는 딸이 결혼을 잘했고 그만하면 만족할 거라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즉흥적으로 차를 몰고 런던을 가로질러 딸네 집에 갔다. 후회스런 일이었다. 앞문에서는 대답이 없자 그녀는 뒷문으로 갔고 거기 부엌 창을 통해 셜리가 분명 남편이 아닌 어떤 남자와 부엌 식탁에서 그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고 소리 질렀다. 땀에 젖은 셜리의 붉은 얼굴이 뒤따라 올라왔고 그 두 사람은 소리 내어 웃었다. 셜리가 벌거벗은 채 식탁에서 뛰어내리더니 엄마가 자기를 염탐한다며 비병을 질러댔다. 마이러는 집에 가서 아무에게도, 남편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이삼 일 수에 셜리가 정원에 나타나 한바탕 하고 간 것이었다.

여자는 그 후로 셜리를 보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하면서 그 뒤를 계속 따라갔다. 호기심, 셜리는 식물들과 정원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시골도 싫어했다. 시골에 가면 도시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화가 나 있었다. 그녀는 자연이 혐오스럽다고 했다. 당신들이 상상하는(윙크, 윙크) 어떤 것을 제외하고는, 그녀는 정원 가꾸는 사람들을 어리석고 지루하다고 생각했고 이는 그녀 언니의 경우에도 해당되었다. 그런데 여기 그녀가 있다.

장미 화환으로 둥그렇데 꾸며진 장미 정원 바로 앞에서 셜리는 왼쪽으로 돌더니 마이러 자신이 매우 좋아했던 장미 앞에 생각에 잠긴 채 서 있었다. 그 장미 이름은 ‘로레알 트로피’였다. 정원사들이 분명 ‘습성이 사치스럽다’라고 묘사할 키 크고 활짝 핀 꽃들은 크림색이 도는 것. 살구빛이 도는 것까지 갖가지 분홍, 끝이 없는 황혼의 빛깔들이었다. 완벽한 살구빛 봉오리들은 탄탄하게 닫혀 있었다. 꽃들은 스스로 빛을 만드는 듯 눈부시게 빛났다. 그 나무는 내년 이맘때쯤 마이러의 정원에 있을 것이다. 그러면 셜리의 정원에는?

마이러는 둥근 정원 안으로 걸어 올라가 입구가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곧 셜리가 들어왔고 그 얼굴을 보다 마이러는 가슴이 아팠다. 예측했던 대로 온통 불만이 차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얼굴은 슬퍼 보이기도 했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이 여자는 아이들의 차이에 대해 수천 번도 더 궁금하게 생각했다. 다르게 태어난다! 처음 숨 쉴 때부터 다르다. 큰딸 린다는 태어나던 순간부터 언제나 유쾌한 아이였다. 아무에게도 걱정을 끼치지 않고 자랐다. 학교도 수월하게 다녔고,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고, 호감이 가는 남자 친구들이 있었고, 그중에서 제일 좋은 남자와 결혼했고, 지금은 아이 둘, 남자애 하나 여자애 하나를 데리고 그녀의 엄마와 같은 식의 삶을 살고 있다. 여유 있고 느릿느릿하고 눈이 차분한 두 여자. 마이러와 린다가 함께 있으며 사람들은 그들이 어머니와 딸인 줄 금방 알았다. 그러나 셜리가 마이러의 딸이며 린다의 동생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셜리는 어디서 왔는가? 그녀는 아버지를 닮은 것도 아니었고 성격이 같지도 않았다.

셜리는 머리를 돌리면 자기 어머니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바로 정원 안 통로에 서 있었다. 화려한 장미 넝쿨을 뒤로한 채 그녀는 혼자였고 외로워 보였다. 큰 어깨는 앞쪽으로 굽었고 빛나는 검은 머리는 붉은 뺨 위로 내려와 있고 짧고 화려한 스커트 아래로는 커다란 무릎이 드러나 있었다. 이 보기 흉한 여자는 남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언제나 그랬다. 어린아이였을 때조차도 그랬다. 지금도 남자들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셜리는 둥근 중앙 꽃밭으로 갔다. 그곳은 분홍색과 크림색과 오렌지색이 도는 ‘트로이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장미가 가득 차 있는, 커다란 꽃다발처럼 보였다. 마이러는 그 장미를 사지 않을 것이다. 그 꽃은 섬세함이 부족했고 초월적인 빛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믿을 수 없게도 셜리는 또 그 짓을 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내 길고 단단한 줄기 끝의 장미를 잘라내서 다른 장미와 함께 가장 안에 넣었다. 누군가가 보았는가? 셜리는 상관하지 않을 거다! 그녀는 무시해 버릴 거다. 이렇게 상상할 수 있다. 그녀가 뚱하고 모욕적인 태도로 “그럼 경찰을 불러요!”라고 말한다. “모두들 그런 짓을 한다고 생각해 봐요.”라고 면박을 당한다면? 그녀는 기세 좋게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딴 사람들은 안 그러잖아요?”

마이러는 더 이상 셜리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그 여자는 벤치에서 일어나 눈에 띄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딸의 맞은편에 있는 ‘트로이카’를 지나쳐 정원을 나왔다. 그리고 작은 장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는 이곳에서 우연히 나를 만날 것이라 기대하고 온 건 아닐까? 그녀는 내가 이곳에 자주 오는 것을 안다.

여자가 장미에서 멀어져 왼쪽으로 돌아서는데 정말로 시끄럽게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엄마.” 셜리가 말했다. “엄마를 본 것 같았어요.”

“어떻게 지내니?” 마이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 잘 지내요.”

“그런데,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니?”

“재미가 나기 시작해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우리 이사했어요. 아세요? 정원이 커요. 모르시는 것 같네요. 아, 지나간 건 들추지 말아야죠.”

“너하고 브라이언?” 마이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브라이언은 건축 자재 도매상이었다.

“아니, 그 사람이 아니에요. 우린 헤어졌어요. 잘 된 거죠. 그는 나를 때렸어요. 엄마.” 셜리가 말했다. 그리고 웃었다. 원한과 찬탄에 가득 차서. 이는 그가 그녀를 떠났다는 것을 뜻하는 거라고 마이러는 결론지었다.

“그럼 넌 이혼했니?”

“네. 크리스마스 지나서 금방 했어요. 지금은 아주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엄마도 그를 좋아할 거예요. 난 알아요.”

“내가 만난 적 있는 사람이니?” 마이러는 부엌 창문을 통해 보았던 벌거벗은 남자를 생각하며 메마르게 물었다. 그녀는 소리치며 웃던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셜리는 그 사건을 잊은 듯했다. 또는 적어도 마이러가 기억할만한 남자가 있었다는 것을 잊은 듯했다.

“엄마가 못 본 사람이에요. 나도 그를 지난 가을에야 만났으니까ㅛ.”

“그럼 넌 그와 결혼할 거니?”

“어머, 아녜요. 뭣 때문에요? 아뇨. 두 번이면 충분해요 그냥 함께 살 거예요. 우리는 잘 맞아요. 서로를 위해 태어났어요.”

“잘 됐구나.” 마이러가 말했다. 여자는 늘 그래왔듯이 이 딸하고 있게 되니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이 쓰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셜리의 반응은 알 도리가 없었다. 무례할 수도, 격정적일 수고, 무뚝뚝할 수도, 유쾌할 수도 있었지만 결코 예측할 수 없었다. 마이러는 삶의 절반 동안 셜리가 마치 지뢰밭인 듯이, 그리고 자신은 그곳을 가로질러 달리는 듯이 행동해 왔다고 느꼈다.

두 여자는 말없이 계속 걸었다. 다람쥐들이 이리저리 달리는 잔디, 덤불진 언덕길, 샘터로 올라가는 긴 길과 이 길이 교차되는 곳에서 마이러는 셜리가 길을 선택하도록 머뭇거렸다. 셜리는 샘터로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똑바로 걷는 길을 택했다. 마이러는 늘 그러하듯 순순히 그녀와 같이 갔다.

마이러는 카페에서 “차 한 잔 할래?” 하고 말할까 생각하다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계속 갔다. 마이러는 양쪽으로 장미밭이 있는 그 길을 또다시 천천히 걷고 있었다. 셜리가 멈추었다. 마이러도 멈추었다. “이런 것은 어떻게 잘라주나요?” 셜리가 물었다.

“아, 그건 쉬워.” 마이러는 그 방법을 보여주려고 낮은 울타리로 몸을 굽혔다. “바깥쪽 봉오리를 잘라야 해.” 여자는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 말하려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셜리가 어떤 인물이든 간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리석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장미 가지를 자르고 있었다면, 가지들을 잘라서 훔칠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그건 가지 자르는 법을 알고 있다는 소리이다. 마이러처럼 그녀도 책을 보고 배웠을 것이다. 마이러는 몸을 똑바로 펴고 말했다. “언제 한번 집에 오겠니? 집에 있는 내 장미로 보여줄게.”

“그러면 되겠네. 그래요. 갈게요.” 셜리가 말했다.

“언제 올래, 주말에? 그런데 아버지는 안 계실 거다. 이번 주말에는 낚시 가신다.”

“그럼 우리끼리 있겠네요?”

“함께 오고 싶니, 너의 새… 지금은 네가 같이 살고 있는 사람하고?”

“아, 그 사람, 뭐 하러요? 아뇨. 그냥 엄마를 보고 싶어요. 엄마가 보고 싶었어요. 믿든지 말든지.”

“아, 고맙구나.”

“그는 등산을 가요.” 셜리가 말했다. “주말마다 빠지지 않고.”

“그럼 나는 낚시 과부이고 너는 등산 과부겠네.” 마이러는 미소를 지르며 자신도 알다시피 신경을 조이며 과감하게 말했다.

“왜 그런 일을 참고 견디세요?” 셜리는 돌연 맹렬하고 험악한 분노에 가득 차서 따졌다. 그녀의 어머니를 분명 태워버릴 것만 같았다. “엄마는 언제나 모든 것을 참고 견뎌요. 왜 그러세요?”

“나는 신경 안 쓴다. 왜 그래야 하니? 주말에 이따금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좋은 일이야.”

“엄마는 늘 모든 것을 참지요.” 셜리가 비명을 질렀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대항하는 것은 본 적이 없어요. 한번도.”

“그에게 대항하는 것?” 마이러가 놀라서 말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니?”

“맙소사.” 셜리가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요. 그냥 믿을 수가 없단 말이에요….”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자신이 방금 어머니와 화해를 했고 다시 싸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아직은. “하기사, 별별 사람이 다 있으니까.” 그녀는 최대한 협조적인 태도로 양보했다.

“그래. 분명 그렇다.” 마이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셜리를 다시 흥분시킬까 봐 겁이 나서 한숨을 기침으로 바꾸었다.

 

 

도리스 레싱(Doris May Lessing; 1919.10.22~)

 

이란 케르만샤(바흐타란)에서 태어났다. 부모와 함께 아프리카에 이주하여 1949년에 런던에 정주할 때까지 약 25년을 로디지아 지방에서 지냈다.

1950년 《초원은 노래한다 The Grass is Singing》를 발표하였는데,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로디지아 지방의 지배민족과 원주민의 갈등을 사회적․정치적 입장에서 묘사하였다.

그후로 시, 희곡, 장․단편 소설을 포함한 많은 작품으로, 1950년대의 ‘앵그리 영맨(Angry Young Men:성난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활약하였다.

《마사 퀘스트 Martha Quest》(1952) 이하 5편의 장편은 집단생활과 개인의식을 주제로 하는 연작(連作) 《폭력의 아이들》(1964)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서머싯 몸상(賞)을 받은 중편소설집 《다섯 Five》(1953)을 비롯하여 ‘진정한 혁명은 남성에 대한 여성의 혁명’이라는 주장을 담은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 《소중한 비망록 The Golden Notebook》(1962)이 있다. 이 작품으로 2007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두 번 결혼해서 다 이혼했는데, 레싱은 둘째 남편의 성(姓)이다. 1994년에는 자서전 《나의 속마음 Under My Skin》을 발표하였다.